발행지없는 어음도 '유효' .. 대법원, 기존판례 뒤집어

약속어음에 발행지가 기재돼있지 않아도 어음으로서 효력이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발행지 만기일 금액 등 7가지 사항이 반드시 기재된 어음만 지급제시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이에따라 어음시장에서 발행지 미기재로 발생하는 어음지급 분쟁이 자율해결되게 됐으며 현재 법원에 계류중인 유사사건도 조속히 종결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신성택 대법관)는 23일 서석재씨(부산 동래구 온천동)가 박상근씨(부산 강서구 대저동)를 상대로 낸 약속어음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은 이유로 원고승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어음법에는 발행지의 기재가 없으면 어음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국내에서 유통되는 어음이 명백한 경우 발행지가 적혀있지 않아도 효력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내에서는 발행지가 기재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음이 유통,결제되는 것이 관행처럼 돼있다"며 "이런 실생활을 감안할 때 어음기재규정을폭넓게 해석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발행지가 미기재된 어음을 갖고 있는 소지인이 배서인들을 상대로 어음금 지급을 요구할 경우 배서인들은 지급을 거부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인해 발행지기재 의무가 없어지게 돼 어음거래가 활성될 전망이다. 원고 서씨는 지난 93년 2억2천만원짜리 약속어음 4매의 배서자인 피고 박씨에게 어음결제를 요구했으나 발행지가 미기재됐다는 이유로 지급거절당하자 지난 94년 소송을 냈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