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김대통령 취임 두달] '달라진 대기업관'

김대중대통령이 대기업그룹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경제에 "짐이 되는 존재"에서 "한 배를 탄 협력자"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기업 구조조정의 속도나 강도를 늦추겠다는 것은 아니다. 서슬퍼런 구조조정 요구에서 애정어린 요청으로 순화된 정도이다. 이같은 변화는 김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김대통령은 한꺼번에 말을 바꾸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단기간에 눈에 띄게 태도가 바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변화의 기류는 느낄 수 있다. 김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당선직후 경제6단체장과의 첫 만남에서 "짐되는 기업은 빨리 정리해 달라"고 말해 재계를 긴장시켰다. 지난 2월 독일신문과의 회견에서는 "재벌의 시대는 끝났다"는 극언을 마다하지 않았고 이러한 기조는 취임사에까지 이어졌다. 조심스런 태도변화가 보이기 시작한 시기는 3월 중순. "기업의 딱한 사정도 이해한다"는 것이었다. 3월말에는 "동지적 입장을 가져주기 바란다" "어떤 의미에서 동업자로서 지원해 달라"(제1차 무역투자진흥대책회의)고 당부할 정도가 됐다. 최근에는 "(재계는) 정부와 한배를 탔다"는 표현도 눈에 띈다. 특히 4월 21일 한국노총 간부들과 만났을때는 "30대기업의 보고를 받아보면언론이나 밖에서 보는 것처럼 나쁘지 않다"며 재계를 두둔까지 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대기업에 대해 유화적인 제스처는 외환위기는 한시름 놓은 대신실업이 화급한 현안으로 부각된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대통령은 단기외채의 중장기연장과 외평채발행이 마무리될때 까지는 외환문제에 매달려 왔다. 이때는 대기업의 방만한 경영이 외환위기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점에서 재벌에 대한 불만이 부각됐을 것이란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하루 1만명씩의 실업자가 거리로 쏟아지자 사정은 달라졌다. 실업해소가 최대의 과제가 됐고 국무회의조차 "실업내각"으로 규정했다. 결국은 대기업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촉구하면서 한편으로는 정리해고 자제를 바라는 정치적 협조를 구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요즘 김대통령의 발언속에서는 김대통령이 현실주의자로서 실업 물가 등 경제 성적표와 민생안정에 갈수록 민감해지는 모습을 읽을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