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자) 또 나도는 경제대란설

전반적인 구조개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치 경제 사회의 흐름이 꼬여가는가 싶더니 "5~6월 경제대란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노사분규가 재연돼 외국인들이 등을 돌리고 기업과 금융기관이 무더기로 금융위기에 직면, 국가경제 전체가 다시 벼랑끝에 몰리게 될 것이라는게 이 대란설의 골자다. 정부는 대란설에 대해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입장이지만 공동여당인 자민련 정세분석실이 작성한 보고서는 여러 돌출 변수들 때문에 정국운영이 5월중 총체적 난국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대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앞두고 노동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고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줄어드는가 하면 정치권의 이전투구에 새정부의 정책 혼선까지 겹쳐 대란설은 갈수록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 같다. 분명 "제2의 경제대란설"은 무시못할 근거를 갖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무엇보다도 금융경색에 따른 기업연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6월말 상반기 결산을 앞둔 은행들이 여신회수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데다 은행신탁계정이 연장해준 20여조원의 기업어음만기도 6월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경제대란설을 뒷받침하는 또다른 근거는 수출부문의 적신호다. 수출감소세는 이달들어 점차 뚜렷해지고 있으며 대한상의의 분석으로는 올 2.4분기중 대다수 업종의 수출이 지난해 같은기간의 증가율에 못미칠 전망이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동향도 심상치 않다. 올들어 지금까지 외국인들의 대한직접투자는 고작 5억달러에 불과하고 증시에서의 자세도 최근에는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정부와 정치권은 오는 6.4지자체선거에 부담이 되는 개혁계획은 선거후로 미루고 있는 인상이지만 선거후 부실기업 및 금융기관 정리와 대량실업 등이 한꺼번에 폭발, 개혁의 병목현상이 빚어지고 여기에 정치불안이 겹칠 경우 대외신인도 추락으로 우리경제는 다시한번 총체적 위기에 몰릴 위험이 있다. 정부는 대외적으로 약속한 부문별 구조조정 계획을 착실히 추진하고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제도를 신속히 개선해 외환시장의 안정기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금융경색과 관련해서는 무분별한 기업지원은 삼가야겠지만 회생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또 수출기업의 원자재난을 감안해 신용장개설에 대한 정부보증을 늘리는 등 수출부진을 적극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경제대란설의 진화책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노사협력이다. 최근 구조조정의 고통분담을 놓고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제2기 노사정위원회의 출범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노사갈등이 외국인 직접투자에 가장 큰 장애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수출과 외국인 투자의 확대는 경제대란설을 효과적으로 진화하고 우리경제를 수렁에서 끌어내기 위한 두개의 수레바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