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패션] 산업디자인 : 포장디자인은 '최후의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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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어떤 물건을 살지 마음먹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0.4초. 이 짧은 순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포장디자인"이다. 그래서 포장디자인을 "최후의 광고"라고 한다. 특히 상업광고로 소비자를 끌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들엔 포장디자인은 광고의 전부나 다름 없다. 중소기업 제품일수록 성패는 포장디자인에서 나게 마련. 포장디자인 투자를 머뭇거려서는 안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좋은 포장디자인은 부가가치를 높여준다. 전통과자를 만드는 대호한과는 포장디자인 투자로 톡톡히 재미를 본 경우. 무더기째 비닐로 쌌던 것을 바구니나 상자에 담고 고급라벨도 붙인 것이다. 값을 꽤 올려받았는데도 인기를 끌었다. 유리액자업체 중원기업은 새 포장디자인으로 포장비는 줄이고 매출은 늘렸다. 골판지로 하나씩 싸던 것을 매끈한 포장으로 대.중.소 3가지 제품을 한데 묶은 덕에 제품이 훨씬 고급스러워 보이게 됐다. 세가지 제품이 한꺼번에 팔리는 효과까지 더해져 매출이 한해 30%나 늘었다. 포장디자인이 떨어지면 그 속에 든 제품까지도 얕보이기 쉽다. 주방기기업체 서연아트는 GD(디자인우수상품)마크를 딴 은수저를 갖고도 처음엔 백화점에서 고전했다고 한다. 포장디자인이 문제였다. 비닐로 대충 싸놓았으니 평범하다 못해 천하게 보였던 것이다. 젓가락과 숟가락 사이를 나눈 고급 비닐포장에 "파인센스"브랜드까지 산뜻하게 새겨넣자 불티나게 팔렸다. 포장디자인은 후발업체가 선발업체를 따라잡는데 사용하는 가장 좋은 전략중 하나이다. 몇해전 고급소주시장에서 보해 두산 진로 세 회사가 한판승부를 벌였다. 보해가 "김삿갓"을 내놓자 두산은 "청산리벽계수"로 맞섰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는 "참나무통맑은 소주"로 맨 나중에 뛰어든 진로. 이 술은 진한녹색이면서도 속이 보이며 라벨디자인이 돋보이는 술병 덕에 지금도 인기를 잃지 않고 있다. 히트상품의 포장디자인은 CM송(상업광고에 들어있는 노래)보다도 소비자의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오랫동안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농심 "신라면"이나 오리온 "초코파이"가 그렇다. 10년가까운 공백을 깨고 돌아온 "삼양라면"이 옛 포장디자인을 그대로 택한것도 이점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다국적기업 P&G가 1백년도 넘은 아이보리 비누 포장디자인을 거의 바꾸지 않는 이유도 같다. 포장디자인의 또 다른 장점은 물류비를 줄여준다는 것이다. 상자에 잘 맞춘 제품포장과 컨테이너 크기를 고려한 상자디자인이 그렇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