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제언] 규제 무조건 철폐보다 운영의 묘 살려야..김영문

시장경제란 경쟁적 시장조건하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활동을 말한다. "DJ노믹스"의 골격이랄 수 있는 반관치 반재벌주의도 이들 요인이 우리경제의 시장질서를 왜곡시켜 온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정부의 적절한 시장개입, 그것도 제도를 통한 적절한 유도를 완전히 철폐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장경제주의라 하더라도 경제규모에 차이가 있는 나라에 같은 수준의 규제 틀로 경제를 운영해서는 안된다. 예컨대 미국과 같이 국내총생산(GDP)규모가 큰 나라는 호수에, 우리나라와 같이 비교적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는 웅덩이에 비유할 수 있다. 산업정책은 개발초기에는 경제발전에 많은 공헌을 해 왔으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경제흐름을 왜곡하는 역기능으로 작용해 온 점이 많았다. 그렇다고 자유방임적으로 경제를 운영해서는 더 큰 시장실패를 초래할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왜냐하면 정보화 및 시장개방화를 배경으로 한 경제행위의 글로벌화는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규모가 작은 국가로 하여금 시장은 개방하되 그 운영은더욱 조화를 기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와 시스템은 그 나라의 문화에 기초하고 잇다. 문화에 맞지 않는 제도의 시행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실명제가 취지는 좋았지만 정착되지 못한 것도 차명을 빌려줄 수밖에 없고실명의 대외노출을 꺼리는 우리네 풍토아래에서는 제도가 당초 취지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문화에 연연하다 보면 제도발전이 있을 수 없다. 문화가 수용하는 범위내에서 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제도를 고침으로써 문화가 서서히 바뀌는 것이다. 일본정계의 원로 나카소네는 지지부진한 일본의 개혁과정에 비해 발빠르게움직이는 우리나라의 개혁무드를 보며 부럽다고 했다. 오늘의 경제위기를 계기로 경제전반의 낡은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정부의 지속적인 개혁을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