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국가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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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앙정보국(CIA)은 2차대전때 일본의 진주만공습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으로 1947년 창설됐다. 냉전시기에는 대 공산권 작전과 제3세계에서의 해외공작이 주임무였다. 그러나 냉전체제가 붕괴된 뒤 CIA의 임무는 안보중심에서 경제첩보쪽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전성기였던 80년초보다 규모가 25%정도 축소됐고 지난해부터는 금기처럼 돼있던 예산도 공개하기 시작했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CIA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러시아의 국가보안위원회(KGB)는 냉전기간동안 반체제인사감시 강제수용소운영 등으로 악명높았다. 바로 이 KGB의 후신인 러시아연방보안국(FSB)도 최근에는 활동의 초점을 민주체제와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무장범죄에 두고 있다고 한다. 자국의 안보와 국익을 지키기 위해 비공개 비밀주의를 고집해오던 정보기관들까지 이처럼 개혁에 나서고 있는 것을 보면 세계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정도 실감하게 된다. 우리의 국가안전기획부도 명칭을 국가정보원으로 바꾸고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라는 부훈을 새 원훈 "정보는 국력이다"로 고치기로 했다고 한다. 영문이름도 NSPA(National Security Planning Agency)에서 NIS(National Intelligence Service)로 바꿔 국민에게 정보를 서비스하는 일종의 봉사기관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러나 61년 중앙정보부가 창설된이래 80년 전두환 정권때 국가안전기획부로 명칭을 바꾸는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은 단골메뉴였지만 개혁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정치공작.사찰의 산실이라는 오명과 불명예는 씻지 못했다. 명칭의 상징성을 너무 신비화하면 소위 "명칭에 대한 미신"만 생겨나게 된다. 옛말에 "이름은 그 사물의 성질을 나타낸다"고 했다. 명실상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름이란 곧 실상의 손님이려니, 주인 있으면 손님은 스스로 오네.실상없이 헛 이름만 누리면 마침내 그 몸에 괴로움되네" 고려의 대문호 이규보의 시 한 수가 생각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