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라이프] 시승기 : 대우자동차 '마티즈'..'안정성 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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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배한성 혼다 자동차의 2인승 로드스터 비트(BEAT)는 보기엔 여자들의 예쁜 장난감차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맹랑한 경 스포츠카다. 차체 길이가 3.5m쯤 밖에 되지 않는 꼬마차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이까짓걸 무슨 자동차냐고 깔보게 되는데 운전을 해보면 놀라게 된다. "펀&파워(fun&power) 드라이빙"의 묘미가 절묘하기 때문이다. 마티즈 역시 귀엽고 깜찍한 아가씨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스타일이어서 적당히 무시(?)하며 시동을 걸었다. 첫 인상으로 사람의 평가를 하듯 나는 시동을 걸어보면서 그 차의 성능을 짐작하는 버릇이 있는데 마티즈는 마치 독일 병정처럼 단단한 금속성이 느껴졌다. 한마디로 느낌이 좋았다. 대체로 한 10분쯤 운전해보면 차에 대한 전체적인 감이 잡히지만 마티즈는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동력성능이 뛰어난데다 각단의 기어비, 서스펜션, 스티어링 감각 등 메커니즘의 세팅이 아주 잘 연결돼 있었다. 이런 시스템의 자동차는 출발하자마자 2단 넣고, 30km 되면 3단 넣고하는 옛날 방법(?)으로 도전하면 재미가 없다. 마치 스포츠카를 다루듯 엑셀페달도 조금은 터프하게 밟아줘야 한다. 1단에서 속도를 40km쯤 올리고 2단에서는 70km...4단에서 1백km를 넘기면 마티즈는 혼다 비트처럼 스포츠적인 감각까지 전달해 주면서 액티브하게 달려준다. 그리고 5단에서는 파워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마티즈의 최고속도인 1백44km에 더 빨리 다다르려는 듯 더욱 저돌적인 힘으로 달려줘 기대치 이상의 하이스피드, 하이파워의 성능을 보여줬다. 자동차를 평가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데 내 경우는 유럽차에 익숙해서인지 액티브하고 다이내믹해야 마음에 든다. 그 이유는 물론 "펀 투 드라이브(fun to drive)"의 만족감 때문이다. 하긴 요즘의 자동차들은 거의 빠르다. 그러나 스포츠카처럼 액센트의 변화가 있고 다이내믹한 차들은 많지 않다. 그러니까 마티즈는 평범하게 운전하면 이지 드라이빙을 할 수 있고 스포티하게 운전하면 미니 스포츠카 같은 야누스적인 자동차다. 그 다음으로는 주행안정성이 좋으냐 나쁘냐를 따진다. 경차의 약점은 차체가 가볍기 때문에 1백km 이상의 고속으로 운전하면 주행 안정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 심한 경우는 차체 앞부분이 뜨는 것 같은 불안정감도 느껴지는데 마티즈는 경차라고 전혀 믿기지 않을 만큼 묵직하다. 도로에 밀착되듯이 달려주는 안정감은 폴크스바겐의 골프를 연상시킬 정도로 흡족했다. 스타일링 역시 중요하다. 마티즈는 벤츠의 소형차인 A클라스보다 차체만 작을뿐 탄탄한 강성은 더 좋아 보인다. 일본 경차가 수입된다 해도 이 정도라면 경쟁력이 "빵빵"하겠다. 경차의 문제는 뭐니뭐니 해도 안전도인데 대우자동차의 설명에 의하면 유럽의 새로운 안전법규인 40% 오프세트 충돌테스트 기준에 맞추었다고 한다. 4채널 4센서의 ABS를 장착해서 제동성능에 신뢰감을 주고 코너링시 안전을 위해 최적의 전고 설계와 1백75mm 광폭타이어 장착으로 오버.언더 스티어를 적절하게 제어시켜 준다. 물론 단점도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엑셀페달과 간격을 벌여 놓은 것은 좋은데 왼쪽으로 조금 치우쳐져 다소 불편하게 느껴진다. 파워윈도 버튼도 기어스틱과 사이드 브레이크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어 작동하기가 불편하다. 하지만 원가절감 차원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아무튼 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소형 고급차 시대를 맞고 있다. 마티즈는 우리에게도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서 기쁘다. "큰차 비켜라"라고 당돌하게 소리칠 수 있는 마티즈... 마티즈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덩치 큰 차들의 거품을 빼고 새로운 경차문화를 앞장서 이끌어 나갈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