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지주회사 허용의 겉과 속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2000년이후로 미뤄놓았던 지주회사설립을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앞당겨 허용키로 기본방침을 변경한 것은 올바른 정책선택으로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허용기준이 너무 까다롭고 기업들이 충족하기 힘든 전제조건을 포함하고 있어 과연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공정위는 27일 공정거래법을 고쳐 7월부터 지주회사를 허용하되 여러가지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제시했다. 예컨대 지주회사를 부채비율 1백%이내로 제한한다든가 상호출자를 금지하는 것 등이다. 게다가 30대기업그룹의 경우 상호빚보증을 완전해소해야만 지주회사설립을 허용하겠다는 기준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하겠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당분간 안해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조건이다. 이미 정부가 상호지급보증 완전해소시한으로 정한 2000년 3월까지도 쉽지않은 것이 재계의 실상이기 때문이다. 당국은 상호지급보증해소를 촉진시킬 목적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정해진 법정시한도 지키기 쉽지않은 터에 지주회사설립을 위해 앞당겨 해소시킬 수 있는 기업그룹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해야 할 필요성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기업구조조정의 촉진이라는 장점을 활용하자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가장 현실적인 당위성으로는 대기업그룹의 회장실 기조실이 무책임한 편법조직이라해서 해체된 마당에 구조조정의 중심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구조조정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대두되는 그룹차원의 경영전략 재검토와 계열기업간 이해조정은 지주회사를 합법화시켜 추진토록 해야 한다. 지주회사가 설립되면 계열기업간의 복잡한 출자관계를 정리하기 쉽고 따라서 계열기업의 독립경영촉진과 인수합병에 의한 정리도 쉬워진다. 그렇게 되면 대기업그룹의 투명성확보도 훨씬 용이해질 것이다. 공정위는 현재의 상호지급보증이 해소되지않은 상태로 지주회사를 허용하게 되면 경제력집중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기때문에 그럴 위험을 제거한 뒤에 허용하는 것이 옳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지주회사를 설립해준다고 해서 계열회사를 늘리고 기업을 확장할 그룹이 과연 있을지 생각해볼 일이다. 앞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2000년 3월까지 계열기업간 상호지급보증을 완전해소토록 했고, 내년말까지 부채비율을 국제수준으로 낮추도록 했는가하면 99회계연도부터 결합재무제표를 의무적으로 작성토록하는 조치들이 이미 취해졌다. 이것만으로도 기업의 투명경영은 가능하고 경제력집중 등 지주회사허용의 부정적 효과는 예방된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지주회사를 허용해주고 구조조정의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형 다국적기업들도 인수합병을 통해 초대형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게 국제적 추세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