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개인파산] (상) 신용불량 하루 2,000명씩...

개인파산이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다. 신용불량자는 2백만명을 넘어섰다. 은행들이 이자를 받지 못하는 가계대출 연체비율도 7%에 육박하고 있다. 법원에 정식으로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사람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에나 있었던 파산이나 부도가 개인들에게도 적용되는 "개인파산시대"가 열린 것이다. 상장회사인 A전자에서 근무했던 정일균씨(35). 그는 직장에서 한참 잘 나가던 신세대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쫓기는 신세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직장을 그만두고 숨어 사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씨는 회사에서 2천만원의 주택자금을 빌렸다. 그리고 은행대출 3천만원을 합쳐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다. 주식투자에서 짭짤한 재미를 봤던 정씨였지만 IMF한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은행대출금의 이자가 밀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급여에 가압류를 신청하겠다는 통보가 왔다. 퇴직금이라도 건지기 위해선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는 정씨와 같은 사람들을 쉽게 볼수 있다. 비록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더라도 빚에 쫓겨 전전긍긍하는 사람도 수없이 많다. 이런 현상은 각종 통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한국신용평가가 28일 발표한 "개인신용상태 분석결과및 대처방안"에 따르면지난 3월말 현재 1만원이상의 금액을 3개월이상 연체,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사람은 2백15만4천2백8명에 달하고 있다. 이는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말(1백90만9천4백48명)에 비해 12.82%(24만4천7백60명)나 증가한 수준이다. 하루평균 2천명가량이 새로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셈이다. 신용불량자를 유형별로 보면 역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한 사람이 가장 많다. 은행 보험 종금 신용금고 카드 리스 등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이자를 연체한사람이 1백96만7천51명이나 됐다. 뿐만 아니다. 백화점(12만4천5백96명), 할부금융(10만8백8명), 의류업(6만6천2백67명) 등 외상구매가 가능한 업종 모두에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있다. 은행 가계대출 연체현황을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말 현재 14개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액은 1조3천5백34억원으로 가계대출의 3.81%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달말 연체액은 2조1천6백45억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가계대출금은 작년말 35조5천7백20억원에서 32조9천4백48명으로 줄었다. 연체비율은 6.57%로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물론 신용불량자나 연체자를 모두 개인파산자로 분류할수는 없다. 그러나 당장 신용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에서 파산자로 변신할 가능성은 높다. 더욱이 이들에게 보증을 섰던 사람들도 연쇄적으로 파산할 가능성을 안고있다. 개인파산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수 밖에 없다. 말로만 듣던 개인파산 시대가 현재형으로 다가온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