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이상원씨 러시아 초대전' .. 개인전으론 첫 사례

한국화가 이상원씨(63)가 러시아 연해주 주립미술관에서 5월7일부터 14일까지 초대전을 갖는다. 연해주 주립미술관은 블라디보스톡 시내에 자리잡고있는 전통있는 미술관으로 한국화가의 개인초대전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는 독학을 통해 인물화의 독보적 경지를 개척한 작가다. 처음엔 "먹고살기위해" 세계각국 명사들의 초상화를 그려오다가 1970년 이후부터 순수미술로 방향을 바꿨다. 그의 작업은 수묵을 바탕으로 하고있으면서도 전통수묵화보다는 서양화의 리얼리즘 형식에 가깝다. 수묵과 오일컬러를 함께 사용하면서 대상의 미세한 부분까지 세필로 선묘처리하는게 작품의 특징이다. 그의 작품은 소재도 독특하다. 버려진 신문지에서부터 폐선, 자동차바퀴자국, 폐엔진, 공사장잔해물, 낡은 고기그물, 마른 물이끼, 고목나무에 이르기까지 이미 "소멸의 과정"에 들어선대상을 꼼꼼하게 묘사해왔다. 그러나 그의 작품중 가장 빛나는 것은 인물화이다. 그가 그리는 인물은 대부분 어촌에 살고 있는 어부들이다. 어부들 중에서도 오랜 세월 바다위에서 격랑을 헤치며 살아온 주름진 얼굴의 어부들이다. 극사실적으로 그려지는 이들의 얼굴은 단순히 사실주의형식을 답습한 결과물이 아니다. 그 속엔 작가가 독자적 시각으로 포착한 삶의 다양한 모습과 그들이 앞으로살아내야할 세월, 간혹 비쳐드는 희망이나 절망같은 것들이 농축돼 들어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1백호-3백호크기의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지난해와 올해 제작한 인물화 "동해 사람들"연작과 자동차바퀴자국 말라붙은 물이끼 등을 그린 "시간과 공간"연작(1993-1996년), 각종 어구나 새끼줄 낡은 가나미 등을 소재로 한 작품(1978-1992년) 등을 출품한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상이 주관하고 대한항공과 호텔현대가 협찬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