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제위기 극복의 길 .. 서정욱 <SK텔레콤 사장>

우리 경제가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채, 외환위기의 충격을 받고 신용경색과 부도확산이라는 악순환속에서 장기불황에 빠질까 모두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의 경제위기는 좀 다른 관점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의 경제는 물질경제에서 정보경제로 전환하는 역사적 변혁기에 있으며 21세기에는 바이오경제로 구조가 전환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오늘의 위기는 물질경제라고 하는 공업시대의 경제가 쇠퇴하여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데서 온 것이다. 공업시대에는 자원, 특히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대량 소비해서 중후장대한 물질경제를 형성했다. 물질경제는 인류가 자신의 체력이나 가축의 힘으로 수행하던 작업을 기계 기술 및 에너지로 기계화한 "체계적" 생산활동이었다. 이로인해 자동차 철강 유화 전기 기계 등 중화학공업이 발달하여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기업이 대규모화했다. 물질경제는 상품을 대량 공급함으로써 과소비 환경훼손 생태계파괴 고비용 저효율 등 각종 문제를 야기했다. 공업시대에 필요한 산업자원은 주로 에너지이며 그 가격은 계속 상승했다. 결국 이것은 상품원가의 상승을 초래하여 이제 우리는 수익감소 임금동결 또는 반납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아니면 에너지와 자본자원의 소요를 억제하고 비용을 절감하도록 리엔지니어링을 해야 한다. 리엔지니어링이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근본부터 재설계하고 생산성을 극적으로 혁신하기 위해 최신의 정보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정보기술은 첫째 컴퓨터, 둘째 이를 활용하기 위한 정보시스템, 셋째 정보시스템을 통해 얻은 정보를 이용하는 기술로 구성된다. 물론 정보시스템이라고 해서 컴퓨터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로봇을 사용하는 공정만이 자동화 제조공정이 아닌 것처럼, 인간을 통해서 얻은 정보를 전파하는 휴먼 네트워크 역시 정보시스템이다. 정보기술은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BPR)뿐만 아니라 인간의 행동양식을 변화시키는 위력을 갖고 있다. 특히 리엔지니어링에서 정보기술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소가 된다. 물론 기계화 자동화 등에 의해서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효율을 제고하지만 인간자체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함께 바꾸지 않는한 업무 전체의 효율은 개선할 수 없다. 인간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극히 어렵다. 그러나 정보기술은 인간의 행동양식을 바꿀 수 있다. 정보기술은 자동차의 무게를 줄이고, 내구성을 높이고, 연비도 개선한다. 건축자재를 절감하고 냉.난방비를 절감한다. 소비자들도 정보경제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여 원료와 에너지소비를 줄인다. 정보시대에는 정보가 물질을 대체하고 재화와 서비스의 설계 생산, 그리고 기능에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한다. 컴퓨터지원설계기술은 상품을 경박단소화하고, 원가 에너지소비량을 감소시키고, 보다 지적인 상품과 편리한 서비스를 개발하여 우리에게 제공한다. 원래 물질경제는 인간이 재료를 나르고 절단하고 굽히고 결합하여 조립하는 인간의 작업을 기계화하는 과정에서 발전했다. 인간이 작업의 혁신을 이룩할 수 있는 부분은 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하고 "전달"하는 영역이다. 최초의 컴퓨터는 정보가공 중의 "처리"부분을 대체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지만 차차 정보의 "수집" "가공" "전달"의 방면으로 응용의 영역을 넓혀 왔다. 이에대해 정보경제는 1리터의 석유, 1t의 철강, 1ha의 삼림 등 각종 물질적 자원을 단순한 소재로부터 경제적인 상품과 효율적인 서비스를 생산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지식과 정보를 총동원한다. 정보경제는 이러한 가치를 깨닫고 실천하는 개인 기업 정부만이 적응할 수 있다. 우리 국가의 번영은 바로 정보경제의 수용태세에 달려있다. "인간은 이미 세상을 떠난 경제학자의 노예가 되어 있는 실천가에 불과하다"고 케인즈는 말했지만 경제의 개념에도 시의성이 따른다. 그리고 경제는 사회악이 없는 풍토에서 더욱 발전한다. 일찍이 간디는 원칙이 없는 정치, 불로치부, 악덕상거래, 양심이 없는 쾌락, 인격이 없는 교육, 비인도적 학문, 희생이 없는 신앙을 사회악이라고 경고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