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경기 긴급 점검] 'IMF 족쇄'에 부양책 손 못대..딜레마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산업기반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긴축기조를 유지하면서 구조조정에 주력한다는게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의 기본합의사항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경기순환과정에서의 침체국면이라면 통화를 더 풀고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는 등 경기확장정책을 쓸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결국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을 가급적 조기에 마친뒤 경제를 정상화시키는 길밖에 없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산업타격은 피할수 없지만 가급적 단기간내에 침체터널을 벗어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방안마저 해답이 안된다는게 고민거리. 금융기관과 기업에서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부실채권매입 자본확충 등에 대규모로 재정을 투입해야 하지만 예산청 등 부처간 이해가 엇갈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못하고 있다. 실물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가 IMF와 합의한 범위내에서 제한적으로 쓰고 있는 수단들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통화를 신축적으로 공급하려고 해도 은행들은 대출보다는 한은의 RP(환매채) 입찰에 몰려들고 있다. 또 IBRD(세계은행) 지원자금 10억달러를 수출용 수입원자재 매입지원에 할당해 놓았지만 28일까지 1억6천만달러 밖에 집행되지 않았다.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사활을 걸고 대출회수경쟁을 벌여 금융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기 때문이다. 재계는 물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정부가 SOC투자를 조금이라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더이상 예산을 짜낼 방법이 없다"(예산청 박봉흠 예산총괄국장)는 답변뿐이다. 본격적인 외국인직접투자유치에는 시간이 걸리고 급격한 금리인하에는 IMF가 반대하고 있다. 경기부양책도 쓸수 없고 구조조정도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기계들이 해외로팔려 나가는 것을 당분간 바라볼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