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기업 매각 "세금 빼니 남는게 없다"

"세금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회사 정리하고 사업 그만두라는 것 밖에 안된다" 지난 28일 열린 전경련 구조조정협의회에서 모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이렇게 불만을 토했다. 정부가 구조조정은 재촉하면서 지원책은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부동산값이 폭락해있는 상황에서 세금부담까지 안고 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거의 손절매나 같다"고 덧붙였다. 세제가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이 계열사나 핵심사업을 국내외에 매각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세제지원의 필요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는 정책 당국이 전혀 감면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어 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라이신 사업을 독일 바스프사에 6억달러를 받고 매각한 대상그룹이 대표적인 예이다. 대상 관계자는 "(주)대상이 올해 영업이익을 낼 경우엔 최고 1억달러 이상을 법인세로 물어야 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현행 세율을 적용하면 과세표준의 28%를 법인세로, 2.8%를 주민세로 내야하기 때문이다. 법인세는 1년간 영업해서 얻는 소득에 대해 매기는 세금이다. 물론 (주)대상이 영업적자를 볼 경우는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없는 상태다. 효성바스프와 한화바스프우레탄을 각각 합작사인 바스프에 넘긴 효성과 한화도 마찬가지다. 효성 관계자는 "매각대금 6백40억원 가운데 제비용을 제하고 20% 정도는 세금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천2백억원에 바스프우레탄을 매각한 한화의 경우는 이미 1백억원 정도의 세금을 냈다. 조감법상 세액공제를 받았지만 법인세만 72억원에 달했다. 이밖에 볼보에 중장비부문을 매각키로 한 삼성그룹도 세금이 얼마나 나올지 걱정하고 있다. 법인세뿐만 아니다. 기업들은 부동산 등을 처분해 차익이 있을 경우 특별부가세와 양도세 등을 내야 한다. 적은 액수지만 농특세 증권거래세도 떼인다. 지난 2월 구조조정을 위한 자산매각의 경우 세금을 감면하는 조치가 있긴 있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선 여전히 세율이 높다. 그것도 감면조건이 까다로워 은행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상 관계자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지는 자산매각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약속한 대로 세금감면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소득있는 곳에는 세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위한 자산매각의 경우는 소득이 다시 기업에 투입된다는점에서 예외로 인정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시각이다. 손병두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자산을 매각하자마자 세금으로 떼이고 은행의 대출금상환압력이 들어오는게 현실"이라며 "법인세율의 인하 등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구조조정 속도는 더뎌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