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일자) 제고돼야 할 재무제표 신뢰성

지난해 상장회사들의 영업실적을 출자관계에 있는 자회사들까지 감안한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볼때 적자규모가 당초 개별회사가 발표한 것보다 두배가까이 늘어났다는 증권거래소의 발표는 두가지 점에서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나는 대표적인 상장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자회사를 감안했을 경우 그렇게까지 나빠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외환위기극복의 최대과제인 외자유치가 가능하겠느냐는 걱정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된 대표적 우량기업들까지도 사실상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분석결과는 허탈감마져 들게 한다. 예컨대 지난해 1천2백3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된 삼성전자가 사실상 지배관계에 있는 8개 자회사의 실적까지 감안할 경우 6천99억원의 적자로 반전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사례다. 기업들의 연결재무제표가 개별기업 재무제표보다 악화된 요인은 내부거래에의한 모기업 이익부풀리기, 다시말하면 가공이익이 발생한 측면도 작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분명한 것은 자회사 자체의 경영이 더 부실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기업의 연결손실증가는 자회사의 막대한 환차손과 금융비용부담증가에서 발생했고 특히 해외자회사를 많이 거느린 업체일수록 그같은 현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다시말하면 연결실적의 악화는 수익성을 외면한채 방만한 확대경영을 지향해 온 필연적인 결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12월결산 상장법인들의 연결재무제표 내용은 우리 기업들이 당면한 과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실증적으로 웅변해주고 있는 셈이다. 당면한 외국인투자유치는 물론 경제위기극복을 위해 기업회계의 투명화는 더이상 미뤄서는 안되며, 동시에 방만한 계열기업정리 등 기업구조조정을 더욱 강도높게 추진하는 것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들어 거의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던 외국인투자가 무산되는 경우가 여러차례 있었다. 겉으로 나타난 재무제표를 보고 달겨들었다가 기업의 속을 들여다보고나면 투자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외국인들의 속사정이 이해될 것같다. 더구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사회는 우리기업들에 대해 결합재무제표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연결재무제표는 50%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와 지분이 30%이상이면서 최대주주인 자회사 등 소유관계만을 기준으로 그 작성대상으로 삼고있지만 99회계연도부터 의무적으로 작성해야하는 결합재무제표는 임원파견 등 사실상의 지배관계에 있는 관련회사까지 모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럴 경우 대기업들의 결합재무제표는 연결실적보다 더욱 나빠질 공산이 크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확실한 대비책을 미리 강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