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빙과] 청량음료 : 세월따라 입맛따라...히트 '물갈이'

소비자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는 세월따라 변한다. 한때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가던 음료도 인기가 식으면 소리없이 진열대에서 사라진다. 그 대신 소비자들의 욕구와 기호변화를 정확히 반영한 새 음료가 시장을 주름잡는다. 물론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인기를 누리는 "장수음료"도 있다. 우리나라에 상업용 음료가 처음 등장한 때는 일제시대인 1930년대. 일본에서 들여온 금성사이다와 미쓰야사이다가 그 효시였다. 그때만해도 사이다는 부자들만 마시는 특수한 음료였다. 국산 음료의 효시는 50년5월 등장한 칠성사이다. 창업자 7명의 성이 모두 다르다는 이유로 "칠성"으로 이름붙여진 이 사이다는 50년대에는 서울사이다와 함께 청량음료시장을 주름잡았다. 74년 롯데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뒤에도 "칠성사이다"의 인기는 여전했다. 한때 소풍길 필수품으로 대접받기도 했다. 지금도 중장년층 소비자는 "슈슈슈바 슈비슈바 칠성사이다..."로 시작하는 이 음료 CM송을 기억할 정도다. 청량음료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사이다가 본격적으로 도전받기 시작한 때는 롯데로 넘어가기 5~6년전인 60년대 후반. 68년과 69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국내에 상륙하면서부터다. 콜라는 톡 쏘는 맛과 서구적인 이미지를 앞세워 젊은층을 중심으로 사이다시장을 야금야금 잠식, 80년대중 탄산음료시장 점유율 30%선을 넘어섰다. 90년대 들어서는 햄버거를 비롯한 패스트푸드 인기에 편승, 마침내 청량음료시장의 왕좌에 올랐다. 사이다와 콜라가 음료시장 주도권을 다투는 사이 수많은 음료가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왔다. 어떤 음료는 일시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다가 소리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90년대로 접어들면서 과즙음료 스포츠음료 전통음료 등이 청량음료와는 별개의 시장을 형성하며 자리잡았다. 말할 것도 없이 소득수준향상과 식생활 서구화에 따른 소비자들의 기호변화가 다양한 제품이 청량음료시장에 뿌리내릴수 있는 토양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다와 콜라의 아성에 도전, 최초로 "실력"을 인정받은 음료는 76년에 등장한 해태음료의 "써니텐"이라고 할수 있다. 10%과즙탄산음료 "써니텐"은 "흔들어주세요~"라는 광고 카피가 젊은층의 고고춤 열풍과 맞아떨어져 강한 인상을 남겼다. "써니텐"의 인기는 80년대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식었지만 지난해 3백억원의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22년간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써니텐"은 콜라와 사이다가 양분해온 음료시장에서 과즙음료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주었다. 70년대말 등장한 해태의 과립음료 "봉봉"과 롯데의 "쌕쌕"이 어렵지않게 소비자를 사로잡은 것도 따지고보면 "써니텐"의 덕이었다. 당시 해태와 롯데는 유망시장으로 쑥쑥 커가던 과립음료의 판매일선에서 사운과 자존심을 걸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80년대 음료시장의 "신데렐라"는 "맥콜"을 비롯한 보리음료와 "포카리스웨트" "게토레이"가 대변하는 스포츠음료였다. 일화가 보리에끼스를 넣어 만든 "맥콜"의 성공은 전통음료의 가능성을 확인해준 첫번째 케이스였다. 당대 최고의 인기가수 조용필이 CM송을 부른 "맥콜"의 광고는 색다른 음료를 갈구하는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맥콜"은 올들어 최불암과 박원숙이 등장하는 CF광고와 함께 "맥"이란 이름으로 소비자들의 추억을 되살리며 재등장했다. 스포츠음료는 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콜라 사이다와는 별개의 시장을 형성했다. 이 시장의 승자는 동아오츠카의 "포카리스웨트"와 제일제당의 "게토레이". "포카리스웨트"는 고현정 최윤희 김혜수 등 여성모델을 CF모델로 내세워 10대와 여성을 공략했다. 반면 "게토레이"는 박상원 박찬호 등 남성모델을 등장시켜 남성과 20대 이상을 고객으로 잡았다. 최근 2~3년간 음료시장에서 태풍의 눈은 단연 전통음료였다. 95년 식혜가 음료시장을 주름잡더니 96년에는 대추음료, 97년엔 배음료가 돌풍을 일으켰다. 대표적인 음료는 "비락 식혜"를 비롯 웅진인삼(96년 웅진식품으로 상호변경)의 "가을대추", 해태음료의 "갈아만든 배"였다. 업계관계자들은 올 여름에 그어느때보다 소비자들의 "갈증"이 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엘니뇨현상으로 무더운 여름이 예고된 탓도 있지만 불황과 대량실업으로 속이 타는 소비자가 하나 둘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올해는 어떤 음료가 소비자들의 타는 목을 적셔주고 더위사냥에서 금메달을 낚아챌지 관심거리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