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빙과] 생수 : 74개업체 얽혀 '물장사' 전쟁..시장현황

먹는샘물(생수)장사가 IMF한파로 주춤해졌다. 해마다 급격히 확대되던 생수시장이 올들어서는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불황과 대량실업으로 소득이 줄어들면서 "물까지 사먹어야겠느냐"는 심리가소비자들 사이에 확산된 탓이다. 이 바람에 소규모 생수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생수시장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2천억원선에 머물 것으로예상되고 있다. 이는 서울올림픽이 열린 10년전(1백20억원)에 비해 15배가 넘는 규모다. 그러나 94년이후 해마다 50%이상 급성장하던 추세와 비하면 지금의 제자리걸음은 퇴보나 다름없다. 따지고보면 우리나라 생수산업 역사는 짧다. 생수가 처음 상품화된 시기는 일제시대인 1912년. 일본인이 충청도 초정리 약수터를 개발, "구리스다루"라는 이름으로 천연사이다와 천연탄산수를 생산했다. 해방후 처음으로 생수를 상품화하여 시판한 것은 76년 다이아몬드정수가 처음이었다. 이 회사는 장흥에서 생수를 생산,주한미군과 외국인에게 공급했다. 80년대 중반까지 찬마루샘물을 비롯 한국청정음료 일화 고려종합 진로종합식품 스파클 제동흥산 크리스탈 산수음료 등이 참여했다. 이에 따라 허가업체가 10여개로 늘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생수를 사먹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했다. 강남 부유층 가정과 호텔 정도에 그쳤다. 대다수 국민은 "물은 사먹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당시엔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크지 않았다. 오히려 생수에서 세균이 검출됐다고 떠들던 때였다. 생수산업이 발전하게된 결정적 계기는 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올림픽기간중 선수들에게 생수가 공급되면서 보급대상이 차츰 대형 사무실과중류층 가정으로 확산됐다. 수돗물을 믿을 수 없다는 보도가 속출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94년말에는 국회에서 "먹는샘물관리법"이 제정됐고 95년 5월 먹는샘물 판매가 공식적으로 허용됐다. 때마침 소득이 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생수 수요는 급격히 늘었다. 현재 생수시장에서는 허가받은 업체 74개사가 뒤엉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경쟁이 워낙 치열한데다 수질개선부담금(판매대금의 20%)이 큰 부담으로 작용, 절반이상의 업체가 부도를 경험했다. 생수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는 진로그룹 계열의 진로종합식품(브랜드명 진로석수)과 풀무원 자회사인 찬마루샘물(풀무원샘물), 제일제당 자회사인 (주)스파클(스파클)등 이른바 "빅 쓰리".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60%에 달한다. 국내 최대의 생수업체인 진로종합식품은 충북 청원에 완전자동시설과 클린룸을 갖춘 생수공장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천혜의 원수, 완벽한 자동설비, 철저한 품질관리 등 3박자를 모두 갖추고 생수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미 3년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증을 받아 미국 일본 등 10여개국에 생수를 수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풀무원은 지난 95년 충북 괴산에 하루 3천t의 생수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했다. 부지는 32만평. 이처럼 공장을 넓게 잡은 것은 인근에 농장 축사 등 오염원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풀무원은 이듬해 한국생산성본부와 한국화학시험연구원으로부터 ISO 인증을받았다. 풀무원과 2위를 다투는 제일제당은 생수업계 왕좌를 노리며 대리점을 늘리는 한편 전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벽에 각 대리점에서 슈퍼마켓 백화점 가정 등으로 신속하게 물을 공급하는 체인망을 구축했다. 주택가 인근과 소비자 접점지역에서 다양한 판촉활동도 벌이고 있다. 진로 풀무원 제일제당 등 "빅 쓰리"를 중심으로 생수사업을 강화하면서 시장은 급격히 커졌다. 아직도 생수시장의 잠재력은 크다. 지금은 생수를 마시는 사람이 열명당 한명꼴에 불과하다. 2000년대초엔 생수 인구가 열명당 두명이상으로 늘고 시장 규모는 5천억원에달할 전망이다. 이처럼 대규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기업들이 영세업체를인수해 속속 생수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96년이후 거평그룹 동원산업 등이 생수시장에 뛰어들었고 지난 2월에는 농심이 제주도지방개발공사와 손잡고 "제주삼다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의 참여는 생수업계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금력과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의 참여로 생수시장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될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생수의 질이 향상되고 유통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선후발업체간의 시장쟁탈전이 치열해져 사업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도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