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스승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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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마음은 태양"(1967)은 모두가 포기한 말썽쟁이들을 사랑으로 변화시킨 교사의 얘기를 다룬 영화다. "선생님께 사랑을"(To Sir with Love)이라는 주제가로 유명한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꿈을 잃은 아이들에게 내일의 의미를 가르친다. 시드니 포이티에는 이 교사역으로 흑인 최초의 아카데미상 수상자가 됐다. "홀랜드 오퍼스"(1996)는 위대한 작곡가가 되려던 꿈을 접고 좋은 음악선생님(리처드 드레퓌스)이 된 교사의 일생을 보여준다. 아무리 애써도 음을 못내는 제자를 향해 그는 말한다. "눈을 감고 노을을 연주하는거야". "할 수 없다"던 제자는 마침내 연주를 해내고 모든 동문이 자랑스러워 하는 사회인이 된다. 97년 6월5일 뉴욕타임스에는 뉴욕 브롱스지역 태프트고교 교사로 근무하다 강도에게 살해된 조너던 레빈의 삶이 실렸다. 조너던은 타임 워너의 사주 제럴드 레빈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허름한 아파트에 살면서 변두리학교의 학생 선도에 앞장섰었다는 것이다. 영화나 외국에만 좋은 선생님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 일산의 한 고교에는 봄소풍으로 놀이공원에 가는 대신 식물탐사를 하고, 학부모에게 보내는 소식지를 통해 깍듯한 인사와 함께 자신의 교육관및 학급 운영방침을 알리는 교사가 있다. 촌지를 안받는 것은 물론이요 학년말엔 아이들이 1년동안 쓴 글로 학급문집을 만들어 나눠준다. 이 지역 초등학교 교사중 어떤 이는 몸이 불편한 제자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까봐 학년이 올라가 담임이 바뀐 다음에도 계속 지켜보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대학총장이 뇌물문제로 구속되고 초등학교 교사가 인터넷에 음란사이트를 개설하는가 하면 촌지를 못가져오도록 스승의날에 아예 휴원하는 유치원도 있다는 우울한 소식들이 전해지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 이렇게 "아름다운 선생님"들이 적지 않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다. 자애롭고 당당한 참스승이 베푸는 애정어린 교육은 이땅의 청소년들에게 바른 눈과 반듯한 가치관을 갖도록 할 것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내일의 한국을 이끌어가는 "씩씩하고 참된" 선생님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