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예금거래자 손실 불가피 .. 기업/은행 구조개혁 방향

기업과 금융기관 구조개혁방침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일파만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실한 기업과 금융기관을 언제 어떻게 정리한다는 원칙은 섰으나 정교한 실천계획이 없다. 게다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부도사태와 신용경색을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리원칙과 일정 :우량은행간 합병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강제합병은 아니다. 그러나 증자지원 등의 혜택으로 강력히 유도할 방침이다. 반면 부실은행은 합병이나 인수등을 통해 퇴출시킨다. 퇴출은행 주주나 예금자 거래자에 대해 일정한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은행은 6월말까지 정리대상을 확정할 계획이다. 기업정리는 은행에 설치된 기업부실판정위원회에서 정리대상을 가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은행들이 죽이거나 살릴 기업명단을 작성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아직 결정된게 없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파산상태에 있는 기업을 청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살릴 계획이다. 이달말까지 그 대상을 판별할 예정이다. 걸림돌은 무엇인가 :정부 스스로 구조개혁원칙에 어긋나는 행태를 보임으로써 구조개혁을 당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예상치 못한 새한종합금융 인수결정이나 협조융자를 받고 있는동아건설에 대한 은행들의 투명하지 못한 지원결정 등이 그 예다.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필요한 재원조달도 큰 과제다. 수십조원이 들어갈 예정인데 국회동의를 얻어낼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16일로 예정된 민주노총의 총파업도 복병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문 앞에서 기다리는 외국자본을 쫓아내는 파업은 절대 용납할수 없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의 정치 사회불안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민노총의 총파업이 있을 경우 한국의 앞날을 불안하게 볼 수밖에 없다. 이는 구조개혁을 더디게 할 뿐이다. 기업부실을 판정하는 은행들이 선명한 기준을 만들지 못함에 따라 대부분의기업들이 유언비어로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부담요인이다. 시장에서는 어느 그룹이 해체되고 어느 기업이 도산할지에 온갖 촉각이 곤두서 있다. 전문가들의 제언 :전문가들은 과감한 구조조정은 피할수 없는 대세라면서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운찬 서울대교수는 "대통령과 고위관계자들이 부실기업정리방침을 공공연하게 발표한 것은 모양이 좋지 않았다"면서 "구조조정은 겉으로 드러내는 것보다는 은행을 통해 단번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은 "수술한다고 해서 환자를 죽여서는 안된다"며 "엉뚱한 기업들이 다치지 않도록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있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기업관계자들은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구조조정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정리해고를 지방선거 이후로 늦추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등의구태를 벗어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