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현열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에 듣는다

[ 대담 = 김형수 산업2부장 ] 한국경제인동우회가 최근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연)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제부터는 "중견기업"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겠다고 내외에 선포를 한 것이다. 대기업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소기업에도 속하지 않아 정부의 경제정책대상에서 사실상 소외돼온 중견기업. 그들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진짜 필요한 경쟁력을 갖춘 "전문기업"으로서 새롭게 조명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어떤 기업군이고 우리경제에 어떤 기여를 해 왔으며 앞으로 할 수 있는가. 중견연 최현열회장(엔케이그룹 회장)을 서울 강남구 그룹 사옥에서 만나 중견기업의 역할과 중견연의 향후활동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중견연"은 어떤 단체입니까. 최현열 회장=지난 90년 유기정 전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을 중심으로 창립됐으나 지금까지 친목단체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21일자로 단체명칭을 바꾼 것은 전경련이나 기협처럼 공식경제단체로서 등록, 중견기업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한국경제발전에도 크게 이바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차세계대전 직후에 설립된 일본경제동우회는 일본경제정책수립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일본경제를 부흥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습니다. -중견기업의 범주는 어디까지입니까. 최회장=법률이나 제도적으로 정의된 것은 없습니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으로 출발한 기업이 전문업종회사로 성장해서 매출이나 종업원수등이 중소기업의 범주를 벗어난 것으로 보면 됩니다. 중견연 임원가운데는 기협회장을 지낸 분도 있고 전경련에서 탈퇴,중견연으로 오신 분도 있습니다. 중견연의 필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지요. -우리경제에서 중견기업이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최회장=중견기업은 그동안 오로지 자력으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각 부문의 전문업종회사로 자리잡은 기업들이라고할 수 있습니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을 경영하며 축적했던 경험을 중소기업들에게 알려주는 한편 대기업의 상대적 단점을 메워주는 "허리"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봅니다. 각 경제단체는 배타적 이기주의를 버려야 합니다.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을 끌어주면서 대기업을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제대로 하게 되면 한국경제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입니다. -중견연의 향후 주요활동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최회장=IMF가 요구하는 우리경제의 구조조정이 방향은 잡혀져 있으나 현장에서는 실제 집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아요. 외국의 많은 투자자들이 정부정책발표를 믿고 사업을 추진하고자 들어왔다가 담당자들을 만나보고는 한결같이 변하지 않았다고 실망하며 한국을 떠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앞으로 2~3개월후에도 정책일선근무자들의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외국투자자들이 한국을 완전히 외면해 위기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중견연은 앞으로 각종정책들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회원사들의 눈을 통하여 철저히 확인할 것입니다. 잘 안되고 있는 부분은 즉각 시정을 건의할 계획입니다.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제거, 자유로운 시장환경을 조성하는데도 힘쓰겠습니다 -정부의 현 경제정책가운데 중견연 입장에서 시정을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최회장=평상시에도 그렇지만 IMF체제 아래서는 전문화된 중견기업이 우리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해야합니다. 정부에서는 벤처기업 2만개를 새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새로 기업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기업을 육성시키는 것이 훨씬 수월한 것 아닙니까. 중견기업은 대부분 기술경쟁력을 확보한 대형 벤처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견기업 공장 설비가 증설되고 가동률이 높아지면 규모가 적은 새 벤처기업보다 고용확대에도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어요. 정부 당국자들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설득하고 있는데 조만간 중견기업 지원방안도 마련됐으면 합니다. 중견기업 하나를 지원하는 것은 중소기업 10여개를 지원하는 것과 똑 같은 효과를 냅니다. 정부가 현재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분류하는 작업을 추진중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중견연과 긴밀히 협의해 줄것을 부탁드립니다. -중견기업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이 있다면. 최회장=비단 중견기업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유동자금 부족이 무엇보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금융기관들이 BIS기준 맞추기에 급급해 일부 대기업외에는 돈줄이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이에따라 건실한 중견기업들마저 유동성 부족으로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신용과 능력을 갖춘 기업에게는 대출을 해 주도록 여신관행을 바꿔야 합니다. 특히 지금은 무조건 수출을 많이 해야 하는데 은행은 원자재를 수입하는데도 추가담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원자재확보에 차질이 생기니 수출도 제때 할 수 가 없어요. 원자재.무역금융만큼은 은행에서 당장 풀어주도록 특단의 조치가 취해졌으면 합니다. -목소리를 키우려면 회원사도 늘리고 조직도 갖추어야 할 텐데요. 최회장=현재 150개인 회원사를 연말까지 5백개로 늘릴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분기별로 회원확대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KID)을 정책지원자매기관으로 선정했으며 대정부정책건의도 활발히 하겠습니다. 특히 젊은 경영인을 중심으로 한 위원회를 구성, 우리나라경제의 문제점을 밝혀내고 대안도 마련, 정부에 건의하는 창구역할을 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조찬세미나도 꾸준히 개최, 회원사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도 수렴하려고 합니다. 엔케이텔레콤 등을 주력으로 한 엔케이그룹을 운영하고 있는 최회장은 중견연회장을 비롯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대한농구협회회장직도 맡고 있는 등 폭넓은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