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일자) 외환자유화와 경제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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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가 오는 2001년 1월1일까지 3단계로 나누어 외환거래를 전면 자유화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7월부터 만기1년이상 해외차입과 증권발행을 제한없이 허용하고 내년4월부터는 외환매매시 실수요증명이 있어야하던 규제를 없애 국내에서 물품이나 부동산매매를 외화로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2001년부터는 여행경비 송금제한을 없애는 것은 물론 해외부동산투자도 자유화하겠다고 밝혔다. 외환거래자유화는 언젠가 반드시 해야할 일임에 틀림이 없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부작용이 있을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계속 규제한다고해서 부작용을 예방하거나 효과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외환거래자유화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큰 조치라고 할 수 있고, 그 조치가 득이 되느냐 해가 되느냐는 것은 그 조치의 내용보다는 경제를 잘 운영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해외송금한도를 조정하는 것과 해외송금실적은 별개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도조정과 비례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현행제도로는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1회 5천달러 연간 1만달러까지 송금할 수 있다. 이를 2천5백달러로 1회한도를 줄인다고해서 해외송금이 반으로 줄어드는 것도, 1만달러로 늘린다고 배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해외교포의 국내재산반출을 자유화하더라도 국내경제전망이 좋으면 그대로 국내에 두려는 사람이 늘 것이고, 반출을 규제하는 상황에서도 외국에서 운영하는 것이 유리하면 변칙적인 방법으로라도 빼내갈 것은 너무도 당연한 순리다. 외환자유화가 갖는 상징적이고 관념적 의미는 여행경비에서도 알 수 있다. 1만달러인 여행경비한도를 없애는 것은 그것으로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획일적인 규제를 할 필요가 없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한마디로 외환자유화는 계속 미룰 수 있는 것도, 또 미룬다고 반드시 좋은 일도 아니다. 동시에 그것이 앞으로 우리 경제에 정말 어떤 영향을 미치게될지 속단하기도 어려운 성질의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 물을 독사가 마시느냐 젖소가 마시느냐에 따라 독도 될 수 있고 우유도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도 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가능성의 폭을 확대하는 조치라는 풀이가 타당하다. 급격한 자금이동에 따른 금융시장불안, 해외재산도피 탈세 등 부작용도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일이 아니다. 물론 긍정적 효과도 엄청나다. 자금조달 원가를 낮춰 기업수지를 개선시키는 효과도 있다. 현안과제인 구조조정에 또하나의 변수가 될 것도 확실하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경쟁력확보는 더욱 시급한 과제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외환거래자유화가 우리 경제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이제부터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