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속 호랑이 "모여라" .. 중앙박물관 '호랑이 유물전'

호랑이는 우리 민족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동물이다. 간혹 포악한 맹수로 인식되기도 했으나 그 보다는 사악한 잡귀를 물리치는호신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산군자" "산령" 등 호랑이를 빗댄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육당 최남선은 "중국의 용, 인도의 코끼리, 이집트의 사자처럼 조선에선 가장 신성한 동물로 호랑이를 꼽는다"며 "호랑이는 조선인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호랑이의 형상은 이미 청동기시대부터 바위그림이나 허리띠에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신라시대에는 토우 십이지신상 등에서 호랑이모습이 보인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공예품이나 조각은 물론 의식주 용품과 신앙의례 기물,연희용 오락기구, 악기 등에 폭넓게 장식됐다. 이처럼 우리민족과 뗄수 없는 관계를 가진 호랑이를 주제로한 유물전시회가국립중앙박물관에의해 기획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6월 29일부터 8월2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전통문화 속에 나타난 호랑이전"이 그것으로 호랑이와 관련된 유물 3백여점이 전시된다. 이 가운데 경북 영천 어은동에서 출토된 청동기시대 호랑이모양 허리띠(국립중앙박물관소장), 신라시대 호형토우(국립경주박물관소장), 백제시대 호자(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의 남성용 소변 용기, 국립중앙박물관소장) 등 삼국시대이전 유물이 우선 주목된다. 조선시대 유물로는 청화백자호작문항아리, 청화백자호문주전자 등 도자기류와 회화류 등이 집중 소개된다. 특히 민화류에서는 호랑이와 소나무를 함께 그린 송하맹호도, 까치와 함께그린 호작도, 호랑이가 대나무 숲에 있는 죽호도 등이 전시된다. 호랑이무늬가 새겨진 생활용품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호랑이모양의 연적을 비롯 호랑이장식의 벼루 필통 지통 인장 문진 등이 전시된다. 무관의 표시였던 호랑이흉배및 돌로 만든 호랑이상 등도 볼거리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전시가 일반인들은 물론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우리 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