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증시] '전문가들이 보는 3가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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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디플레 현상이 심각하다. 종합주가지수가 350선을 깨고 11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사자"세력이 나타나지 않는다. 증시전문가들 조차 가격이 떨어져도 수요가 없는 이같은 디플레현상이 어디까지 번질지 모르겠다고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주가 디플레의 최대 배경은 국내적으론 구조조정 지연이 꼽힌다. 구조조정 지연으로 지난해 11월에 무너진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방치된 상태다. 25%를 넘는 살인적인 금리가 6개월이나 지속되면서 부도압력도 더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돼 가고 있다. 이런 현실여건이 6-7월의 금융대란설을 낳고 있다. 게다가 노동계의 반발도 쉽게 무마되지 않는 상황이다. 주식을 살 마음을 달아나게 한다. 국제적으론 아시아 통화불안이 주가 디플레의 주요 배경. 엔화약세 추세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미국의 움직임은 외국인으로 하여금 한국은 물론 아시아 주식비중을 줄이게 한다. 다만 증시전문가들은 이런 변수에 대한 평가에 따라 주가 저점을 재는 시나리오도 달라진다. 증권가에서 보고 있는 주가 저점은 320, 280, 250의 세가지. 320 저점론 = 정부가 내놓은 구조조정론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은 종합주가지수 320선 부근을 단기저점으로 꼽는다. 6.4 지방선거가 끝나면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지만 과격한 방법이 동원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금의 주가추락은 지방선거 이후의 구조조정과 그 과정에서 벌어질 혼란을미리 반영하고 있다는 것. 350 부근에서 여러차례 지지가 시도된 만큼 거기서 주가가 10%정도가 떨어지면 320 부근이 된다는 것. 다만 이 경우 27일로 예정된 민주노총의 파업이 과격한 행동으로 번지지 않고 일본 엔화도 급속한 평가절하는 없을 것이란 점을 전제한다. 6-7월의 금융위기론도 정부가 사전에 방비책을 세울 것으로 본다. 대부분의 국내 기관도 320 저점론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280 저점론 = 외국인의 집요한 매도공세에 비중을 두는 분석가들은 300선 붕괴를 점친다. 이들은 외국인 주식투자한도가 사라진 25일의 주가폭락도 외국인의 영향력으로 본다. 포철을 사들인 것 이외에 일부 블루칩을 내다팔기까지 한 것은 명백한 한국비중 축소 의사라는 것. 한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는 "기아사태 처리지연이 외환위기를 몰고 왔지만부실기업 처리문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을 보고 외국인이실망하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김지완 부국증권사장은 "일부 발빠른 외국인에게선 지난해 가을과 같은 한국철수 움직임마저 엿보인다"며 "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화끈한 구조조정 대책과 경제운용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250 저점론 = 6-7월 금융대란설이 현실화되고 엔화가 140엔을 넘을 경우 주가 250선도 장담할 수 없다는 시나리오다. 150엔대의 환율로는 한국의 수출기업이 설땅이 없게 된다. 엔화절하는 위안화 평가절하로 번지고 그렇게되면 국내 금융대란이 문제가아니라 제2의 외환위기로 번질 수 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비관론이다. 아무튼 아시아 통화같은 바깥문제야 우리힘으로 해결하기 어렵지만 붕괴된금융시스템을 어떻게 재건축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느냐에 따라 주가 향배가 달라질 것이란게 증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