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북아일랜드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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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 최대도시 벨파스트 어느 건물벽에 이런 낙서가 남아있다고 외신이 전한다. BRITS BEWARE DANGER ZONE. "영국인에겐 위험한 지대"라는 의미다. 이곳에 요즈음 평화가 깃들고 있지만 아직 상흔은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스코틀랜드라는 말의 원래 의미는 "아일랜드사람의 땅"이라 한다. 북아일랜드 왕국의 분국형태였던 스코틀랜드가 지배에서 벗어난 것은 6세기께다. 12세기에 이르러서 반대로 영국의 귀족 또는 영주들이 북아일랜드를 정복한다. 그리고 17세기에 와서는 영국이 프로테스탄트 인구를 확보하려고 북아일랜드(얼스터지방)에 식민사업을 벌인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첫번째왕인 제임스1세때 시작된 식민사업이 10만명이 넘는 이주자를 얼스터지방에 보냈다. 원주민인 가톨릭계 아일랜드인은 심한 폭력앞에 좋은 땅을 뺏기고 경작이 힘든 열악한 지역에서만 삶이 허용된다. 이때부터 종교갈등의 씨앗이 뿌려졌고 1921년 영국은 얼스터지방의 6개현을 영토화했다. 갈등은 60년대이후 유혈로 번져 30여년간 계속됐다. 지난4월 마침내 북아일랜드의 자치를 주내용으로 한 평화협정이 역사적으로체결됐다. 지난 22일에는 주민투표를 실시, 71%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되었으며같은날 아일랜드에서도 국민투표를 통해 94%의 찬성으로 북아일랜드를 영토로 규정한 헌법조항을 삭제키로 했다. 지난달 평화협정 서명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내 어깨에 역사의 숨결을 느낀다"고 감격했다. "신 노동당, 신영국"을 외치며 신선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 젊은 "유럽의 스타" 블레어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태생이다. 북아일랜드에의 평화정착은 수세기전 "얼스터 식민사업"을 펼친 스코틀랜드인의 후예인 그의 몫일지도 모른다. 이지역 평화실현을 위한 후속조치들이 착실히 진척되길 바란다. 스페인 내전때 강제합병된 바크족, 인도에 망명정부를 세운 티베트,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족, 중국 신장-위구르분리주의자 등 냉전이후에도 지구상엔 자치권을 외치는 소수민족이 여러곳에 있다. 북아일랜드 평화가 "세계분쟁지역들의 희망"으로 작용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