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경제걱정' 제모습 찾는 검찰 .. 출국금지 56명 해제

검찰이 문민정부 경제실정 수사를 벌이면서 뒤늦게 "경제"를 고려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 해외자본 유치 등에 숨쉴틈이 없는 기업들 입장에선 긍정적인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검찰이 대내외에 밝힌 "경제검찰"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검찰의 이같은 움직임은 기업인에 대한 무더기 출국금지 밤샘조사 등으로 비난을 받았던 오명에서 벗어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기업인 신병처리에 신중을 기한다는 원칙을 세운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수사도 중요하나 경제회생이라는 국가전체의 이익에 먼저 눈을 돌려야 한다"며 "기업인 사법처리는 극소수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IMF체제 이후 경제회생에 여념이 없는 기업인의 사기를 꺾어서는 안된다는검찰수뇌부의 의지를 읽을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의지에 따라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있는 한솔PCS 조동만 부회장 LG텔레콤 정장호 부회장 등은 약식기소(벌금형)나 기소유예 등 가벼운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신용도를 훼손하는 기업인 출국금지 해제도 검찰의 의지를 뒷받침한다.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 등이 중국 상해의 제지공장 준공식 참가를 이유로 지난15일 출금해제를 건의하자 검찰은 망설임없이 이를 바로 수용했다. 24일 현재 기아그룹 협력업체 사장, 종금사및 PCS업계 관계자 등 지금까지출국금지된 기업인 80여명 가운데 56명의 출국금지를 무더기로 풀었다. 검찰관계자는 "출국금지해제는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추가 출금해제가 곧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기업인의 역할을 인정하기에는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10월 김태정 검찰총장이 "경제를 우선한 수사를 하라"며 경제검찰상을 내세운지 8개월만에 가시적인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았다. 심지어 일부는 자신이 출국금지 대상자였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공항에 나갔다가 되돌아와 해외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검찰의 마무잡이 수사가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