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빅뱅] (14) '리스사 구조조정'..자생력 갖춘곳 5사안팎

지난 25일 리스사 기획실 직원들은 밤을 꼬박 샜다. 올 2월 부실리스사 정리얘기가 나온 때부터 자산부채 실사를 받은 지난주까지 하루도 편히 쉰날이 없지만 이날은 그래도 특별했다. 26일까지 자체 경영정상화 계획을 신용관리기금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계획서는 회사의 존폐 여부를 실질적으로 가늠할 잣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약간의 가능성이 있는 계획이라면 모조리 경영정상화 내용에 포함시킨 것도 이 때문. 하지만 당국으로부터 "생존가능성" 판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내용은 몇 안된다는게 대부분 리스사 관계자들의 솔직한 발언이다. 한 리스사 기획부장은 "신용관리기금은 자기자본및 유동성 추가 확보와 인수합병 계획 등을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덧붙여 내라고 하지만 모은행 지원없이 자체 해결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다"고 털어놓는다. 업계는 자체 생존이 가능한 리스사로 5개 안팎을 꼽는다. 자산내역이 건전하고 유동성을 어느정도 확보한 신한 제일씨티 외환 한미리스 등이다. 산업은행이 한국기술금융과의 합병을 결정한 산업리스, 신용보증기금 자회사인 신보리스도 이 대열에 동참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나머지 리스사는 모은행이나 대주주은행의 지원여부에 따라 생사가 결정된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그러나 자신들 앞날도 불투명한 은행들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길 꺼려 한다. 리스사 정리를 위한 준비절차는 사실상 끝났다. 당국의 자산실사도 끝났고 모은행과 리스사들의 자구계획도 나왔다. 정리할 것인지,살려갈 것인지에 대한 감독당국과 은행사이의 협의만 남았다. 이후 순서는 리스자회사를 정리할 은행들이 자본금을 모아 가교리스사를 설립한 뒤 일부 자산부채를 넘기고 청산작업에 들어가면 된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리스사들의 절반이상이 사라질 것이다.문제는 브레이크없는 기관차처럼 리스사들의 무조건적인 외형성장을 방치했던 은행과 정부가 앞으로 치러야할 댓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는 한리스사 사장의 지적은 3월말현재 47조원의 자산을 갖고 있는 리스업계의 정리가 몰고올 파장을 예고하는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