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시아 성학회' 특별칼럼] (7) '영화 서편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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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편제 정신의학적 분석 (상) ]] 조두영 유봉의 이성관계는 독특하다. 그는 젊어서 스승의 애첩과 불륜의 사랑을 나누다 발각돼 속해있던 소리패에서 축출당한 전력을 가지고있다. 명창의 수제자로 있으면서 조만간 명창대열에 오를 자신이 "취해서는 안될여자"를 취함으로써 스스로 파멸시킨 사람이다. 스승은 사부라고도 불리니 그는 아버지의 여자를 취했다가 거세당한 사람이다. 유봉은 남도를 헤매다가 중년이 다돼 아이있는 젊은 과부를 만난다. 이 과부 역시 "딸린 아이가 있는 여자"라는 의미에서 어미니의 상징이다. 때문에 그는 마을주민들의 미움을 받아 여자를 데리고 도망치고 마침내 여자를 잃게되는 운명의 벌을 받는다. 자기와 여자의 파멸을 동시에 초래할만큼 강렬한 충동, 이것은 어떤 난관이있더라도 "어머니를 취하고야 말겠다"는 외디푸스 욕망이다. 유봉은 수양딸 송화에 통상적인 부성애를 뛰어넘는 사랑을 보인다. 그는 동호보다 송화에게 더욱 공을 들이며 14살난 송화가 술자리에서 중년남자에게 술따르는데 분노한다. 동호가 떠난뒤 실의에 빠진 그녀를 극진히 간호하며 송화가 실명한 뒤에는머리를 애틋하게 빗겨준다. 송화가 실명하기전 만난 친구는 그에게 "남자의 정력"과 "해구신"을 얘기해준다. 친구의 성적 농담은 유봉의 무의식적 욕망을 자극해 송화를 실명시키게 만든다. 유봉의 초자아는 "딸에게 한을 심어주고, 그런다음 한을 넘어서는 소리를 내게 함으로써 명창으로 만들려고" 송화를 실명시켰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이드(Id)는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어린 처녀를 독점하고 싶은 욕망"이 더 강력한 동기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송화는 그에게 취하고 싶은 대상인 동시에 취해서는 안될 여자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송화는 어미니의 상징이다. 즉 역 외디푸스적 소망인 것이다. 해소되지 않는 외디푸스적 소망을 지닌 아버지가 어딘지 옛날 자기 어머니를 닮은 친 딸을 과도하게 사랑하는 것등이 이런 역외디푸스 현상이라할수 있다. 그가 떠나자 어머니 격이었던 스승의 여자가 자살했던 과거사를 되풀이하지않기위해 유봉은 이제 어머니의 상징인 송화를 실명시켜 그를 떠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유봉은 수양딸에 대해 자기 어머니를 보는듯한 식의 외디푸스적 사랑을 하고있다고 할수 있다. 그가 내는 소리와 그가 찾는 소리는 어머니를 찾아 부르는 무의식의 외침이라 할수있다. 그래서 그는 사랑의 경쟁자인 동호에게 일찌기 그의 아버지와 스승이 자기에게 그랬듯이 좀더 혹독하게 군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