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명약이 필요하다 .. 천양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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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환란이 세기의 환란처럼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주가가 추락하고 환율이 상승한데다 실직자는 급증하고 거기에다 파업까지겹친터라 세상이 마치 병원같다. 그속에 사는 우리들 모두 중병을 앓는 환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으로 병을 치유하며 어떤 용한 의사가 나타나 병을 낫게 해줄 것인지 불안할 뿐이다. 그 불안이 요즘 더욱 커지고 있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정책토론을 듣다보면 의사한테 오진을 받았을때처럼 어처구니 없는 경우가 가끔 있기 때문이다. 오진을 해놓고도 아무런 가책없이 발뺌을 하거나 송구하다는 말을 공던지듯남발하는 그들이 돌팔이 의사처럼 생각될때도 있다. 개혁이란 말을 메스처럼 사용한지가 언젠데 제대로 수술도 하지 못하고 국민들을 혼수상태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럴땐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는 이 세상에서 결코 사라지지않으리라는 것을 다짐해야 한다"던 링컨의 말이 명약처럼 느껴진다. 선거때만 국민을 위한다고 떠들어대는 그들이 과연 어떤 명약으로 혼수상태에 있는 국민들을 치유해 줄것인지 의심스럽다. 상대방을 존중하기보다 비방폭로나 되풀이하고 공약으로 끝날 공약이나 맹세하는 후보자들에게 귀한 한표를 던져야 할지 망설여진다. 같은 배를 타고 IMF풍랑을 헤쳐나가야 할 같은 운명, 같은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오월동주조차 못하는 그들이 과연 나라살림을 제대로 해낼수 있을까 싶어서다. 어쨌거나 유권자들은 한표가 한나라를 구할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투표해야할 것이다. 한줌의 지혜가 1백파운드의 재치보다 낫다지 않는가. 한줌의 지혜를 짤때가 지금이다. "하면된다"는 각오로 IMF열병을 잘 치유해줄 후보에게 명약을 구하듯 한표를 찍자. "세계는 나의 도전 나의 의지"라 외치며.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