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6개월] 제1부 기업 패러다임 :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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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위기는 시스템의 위기" 미국 MIT대 폴 크루그만 교수는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을 한마디로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 경제가 IMF관리체제에 놓이게 된 이유를 단순히 금융 위기에서 찾아서는 곤란하다. 정부 기업 가계로 이어지는 모든 경제주체의 실패로 발생한 시스템적 위기로 봐야한다"는게 폴 크루그만 교수의 분석. 크루그만 교수는 "그중에서도 특히 새로운 게임의 룰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의 구태의연한 관행이 한국 경제위기의 근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미셸 캉드쉬 IMF총재는 좀더 직설적이다. 캉드쉬 총재는 "차입경영과 선단식 경영으로 대표되는 한국식 발전모델을 폐기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체질을 변화시켜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그간 당연시됐던 각종 한국적 관행과 사고방식을 깡그리 재검토해 국제 기준에 맞도록 손질하지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식 경영으로는 IMF의 관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경고다.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체제를 구축하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 - "전세계 비즈니스맨이 납득할 수있는 경영을 말한다.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공통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해석해낼 수 있는 열린 시스템의 구축이 전제돼야한다. "오너"의 독주나 선단식 확장, 과도한 차입경영 등을 고치지않고는 글로벌스탠더드 경영을 할 수없다.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은 사외이사제도와 연결재무제표의 도입, 회계기준의 강화 등으로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주주가 실질적인 주인이 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만 가능하다. IMF이후 국내기업들도 미국식 경영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미국식 경영을 학습하고 적응하는 것을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보고 체질개선에 무엇보다도 주력하는 모습이다. 가장 큰 변화는 지난 3월의 12월 결산법인 주총에서 나타났다. 현대 삼성 LG 대우 등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회사 경영의 틀을 규정하는정관에 메스를 가했다. 경영의 투명성 확보, 지배 구조의 개선, 지배주주및 경영진의 책임강화가 변화의 요체다. 일부 기업들은 사외감사제도를 도입했다. 회계기준과 주주총회의 절차가 명확해지고 공개되는 경영정보도 많고 다양해졌다. 투명경영과 주주 중심의 경영을 겨냥한 것이다. 특히 연결재무제표를 모두 작성키로 했고 미국식 기준보다 강한 결합재무제표까지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기업의 재무제표 읽는 법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패러다임이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식 경영에서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으로... "기업의 패러다임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않는다. 경영의 기본틀이 달라짐에 따라 전략과 전술도 크게 바뀌고있다. 외형성장보다 수익성을 중시하고 망라주의에서 선택적 집중으로 전환하고 있는게 대표적인 사례다. 계약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제일주의와 그로인한 인사및 급여체계의 변화도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경쟁력 제일주의가 확산되면서 우선 연공급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대신 능력급제의 일종인 연봉제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스톡옵션제도를 실시하는 것도 따지고보면 임직원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을일체화시켜야 한다는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의 일환이다. 당연한 결과로 노사간 협상이슈도 크게 달라졌다. IMF이전에는 임금인상폭을 얼마로 하느냐가 주요 협상대상이었으나 지금은정리해고가 최대 협상 테마가 됐다. 따라서 이제는 협상의 방식도 바뀌어야한다. 노사간 새로운 협력 방식을 개발해 협력 수준을 보다 높여가야 한다는 것은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돼 버렸다. 그렇다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한다해도 우리 것을 무작정 버릴 수는 없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국내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유한 핵심역량은 세계무대에서 강점이 될 수도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기본틀을 바탕으로 고유의 핵심역량을 키워나가는 창조적 발상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시대의 도전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