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운명학] 컴퓨터와 주역

조금의 상식이 있는 독자라면 태극 음양에서 사상이 나오고 다시 팔괘로 구현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주역의 기본체계는 음과 양으로 이루어진 효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사실은 컴퓨터의 2진법과 일맥상통한다. 우연인 것 같지만 주역의 64괘는 결국 최초 음과 양에서 출발한 2의 승수이며 64괘를 구성하는 8개의 단위는 1바이트(8비트)와 일치하고 있다. 컴퓨터의 0은 곧 닫힘이고 1은 열림이다. 닫힘과 열림이 반복되면서 가공할 만한 기억과 연산을 해낸다. 음과 양의 변동이 주역의 괘를 만들어 내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컴퓨터 2진법의 원리는 독일의 철학자 라이프니치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주역의 음양론을 이용해 단자론과 양자론, 2진법의 원리를 설명했다. 이것이 결국 0과 1의 연산자를 만들었고 컴퓨터를 낳는 단초를 제공했다. 증명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않는 서양과학의 잣대로 동양의 신비를 밝히려는 노력의 소산이 결국 컴퓨터를 만들어낸 것이라면 너무 비약일까. 컴퓨터에서 처리되는 연산과 기억은 새로운 세계를 그린다. 컴퓨터 영상을 탄생시키고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심지어는 시공을 초월한 인터넷세계를 펼친다. 이를 통해 미래를 과학적으로 점친다. 주역도 마찬가지다. 괘의 다양한 해석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변화를 얘기한다. 이를 통해 미래를 점친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주역이 결국 변화를 읽고 미래를 얘기한다면 컴퓨터도 시공을 초월해 미래를 예지하는 기계로 추상해 볼수 있다. 인간이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이상 컴퓨터를 통한 형이상학은 계속될 것이다. 컴퓨터는 통신과 결합해 인터넷이라는 엄청난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공간을 초월해 이루어지는 이 영역에서 무엇을 얘기하고 발전시킬까하는 것은 인류 모두의 공동 숙제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등한시했던 동양학, 음양론 속에서 다시 21세기의 해법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성철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