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면톱] 신세대 건전소비특구 '동대문 야시장'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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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야시장에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현대식 의류상가가 밀집한 동대문운동장 뒷골목은 요즘 새벽까지 불야성을이룬다. 불황에 허덕이는 이곳 상인들에겐 이 젊은이들이 다소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하늘이 잔뜩 찌푸린 1일 밤 9시. 개점하려면 30분이나 남았는데도 숙녀복도매상가인 디자이너클럽과 팀204 앞 공터에는 3백여명의 젊은이들이 몰려 있다. 10~20대의 여고생 여대생 오피스걸들이 대부분이다. 상가 입구에 설치된 대형 앰프에서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인근 혜양엘리시움 우노꼬레 아트프라자 흥인시장도 요란하기는 마찬가지. 문이 열리자 젊은이들이 상가안으로 빨려들어간다. 디자이너클럽과 팀204 1층은 순식간에 걷기도 힘들 정도로 붐비기 시작한다. 디자이너클럽에서 아트프라자로 이어지는 3백여m 4차선도로도 초만원이다. 포장마차와 리어커상인들이 도로 양쪽에 늘어서고 인도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소매고객으로 이곳을 찾는 젊은이는 밤마다 5천여명. 큰 쇼핑백을 둘러매고 상가를 누비는 도매고객(지방상인)들보다 훨씬 많다. 교복 차림의 여고생들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팀204 운영위원회 양규석총무는 "IMF이전에 비해 소매고객(일반소비자)이 50%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자정 무렵 동대문주차장옆 공터 벤치에 친구 3명과 나란히 앉아있던 김남조(19.인천대 국문과1년)양. 동대문야시장을 찾아온 이유를 "유행하는 옷을 골라서 싸게 살수 있고 쇼핑을 즐길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남자친구 임기형군은 "유행은 동대문이 가장 빠르다", "최신 옷이 메이커 제품과 거의 동시에 나온다"고 거들었다. 김양은 "요즘 잘 나가는 줄무늬 티셔츠와 힙합바지를 하나씩 샀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동대문으로 몰려드는 또다른 이유는 연예인들이 즐겨 입는 옷을쉽게 찾을수 있기 때문. 동대문상인들은 인기 연예인이 새로 입고 나온 옷을 2~3일만에 시장에 내놓는다. 올 봄엔 "김희선블라우스"가 동대문에서 붐을 이뤘다. 5월말부터 "김희선통바지"를 팔고 있는 제일평화시장 1층 평안둘 주인은 "매일 열장 남짓 나간다"고 말한다. 동대문야시장엔 외국인관광객도 많다. 입을 열지 않으면 한국인과 구별되지 않는 일본인 중국인 대만인 등이 수백명에 달한다. 새벽 1시께 친구와 함께 혜양엘리시움 앞을 지나던 일본여성 하타케야마 교코(24)씨는 "값이 싸서 액세서리를 몇개 샀다"고 했다. 그녀는 손에 "맛푸루98-간코쿠"라는 한국 관련 여행서적을 들고 있었다. 젊은이들이 몰려드는데 대해 동대문상인들은 무덤덤한 표정이다. "나쁠 것도 없지만 환영할 일도 아니다"고 말한다. "소매고객이라도 몰려드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매출을 올리는데 큰 도움은되지 않는다"(혜양엘리시움상인회 배윤식 사무장)는 것. 그나마 디자이너클럽상우회 고승찬 회장은 "어쨌든 지금까지 ''메이커''만 고집하던 젊은이들이 동대문 옷을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가 건전해졌다는증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