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달라진다] (10) 2부 : 흔들리는 사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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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두뇌 엑소더스 ]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유전공학 박사과정 2년차를 밟고 있는 다이애나 로나이(24)양. 그녀는 사회주의권 붕괴직후인 지난 91년 극심한 경제난을 피해 고국 루마니아에서 캐나다로 이민갔다. 당시 루마니아에선 능력있는 사람들이 먼저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유럽이나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 두뇌유출)"이 일어났던 것이다. IMF시대에 한국에서도 브레인 드레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 유학갔다 눌러앉은 우수두뇌들이 많았던 70년대 상황과는 딴판이다. 국내에서 숙련된 전문인력들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이민 2세들이 일자리를 찾아 역이민을 오던 상황이었는데. 지난 5월말 강남의 한 빌딩. S이주공사가 개최한 이민설명회에 70여명이 모였다. 30대가 많았고 20대도 꽤 눈에 띄었다. 1시간30분동안 계속된 설명회 내내 이들은 강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질의응답시간. 캐나다에 대한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서울에서 요즘 흔히 볼 수있는 장면이다. 지난해까지 한달에 10회남짓 열렸던 이민설명회가 요즘엔 매일같이 열리고있다. 설명회마다 자리가 꽉 찬다. 이민상담을 하기 위해 직접 이주공사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온누리이주공사 안영운 사장은 "하루에도 10명가까운 사람이 찾아온다. 이들중 90%는 30대 직장인이며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전기.전자분야 기술자가 많다"고 밝혔다. 외국기업에 취직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전문인력들이란 얘기다. 이들 대부분은 큰 재산이 없어도 가능한 독립이민을 희망한다. 수억원을 가져야 하는 40대 중심의 투자이민은 오히려 보기 드물다. 신세계이주공사 박필서 사장은 "재미있는 것은 이민 가려는 사람중에 사업에 실패했거나 직장을 잃은 절박한 사람은 별로 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능력있는 30대 전문인력이 주로 이민을 떠나려 한다는 얘기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젊은이들을 외국으로 내몰고 있는 것. 캐나다 이민수속을 밟고 있는 이정호(31)씨는 기업 전산실에 근무하고 있다. 능력을 인정받아 거센 구정조정바람을 헤쳐온 그도 한국을 뜨기로 마음먹었다. 수당을 포함하면 급여가 절반으로 준것이다. 구조조정때 전산실에서 3명에 1명꼴로 헤고된 것도 그에겐 큰 충격이었다. "숙련된 프로그래머라면 미국에선 적어도 10만달러정도의 연봉을 받는다. 돈도 돈이지만 동료들이 잘리는 걸 보고 "평생직장"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 깨달았다"고 그는 말한다. 이씨 같은 이민희망자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주업체 관계자들의 체감지수로 짐작해 볼 수는 있다. 현대이주공사의 한 컨설턴트는 "환란이 시작되면서 이민희망자가 늘기 시작,올들어 정리해고 등 경제 사회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예전보다 최소한50%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한다. 희망자가 늘어나는만큼 실제 이민수도 불어날 것은 뻔하다. 이민자는 지난 86년 3만7천여명을 정점으로 지난해 1만2천5백명정도로 꾸준히 감소했다. 하지만 IMF관리체제이후 이런 흐름이 깨지고 있다. 취업의 문이 좁아 해외연수나 유학을 떠나려는 사람까지 합치면 "한국탈출"조류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