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달라진다] (14) 3부 : 바뀌는 생활패턴 <2>

[[ 실용성이 최고 ]] "폼생폼사" 70년대 신성일이 주연했던 영화 "맨발의 청춘"에 나왔던 건달들의 좌우명이다.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는 말이다. 지난해 신세대 댄스그룹 젝스키스가 같은 제목으로 만든 노래가 히트를 치기도 했다. "폼생폼사"는 IMF시대에 접어들면서 "폰생폰사"로 바뀌었다. "쿠폰에 살고 쿠폰에 죽는다"는 뜻의 조어다. 쿠폰의 유행을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요즘 날로 더해가는 쿠폰의 인기는 이 조어가 과장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킹스포인트클럽이란 쿠폰발행회사의 김동수 사장은 IMF한파가 오히려 즐겁다. "지난해에 매달 1백50만장정도 나가던 쿠폰이 요즘은 2백50만장으로 거의 2배가 늘었다"는게 김 사장의 설명. "지정점포에서 물건을 살때 나눠주는 쿠폰을 모아오면 사은품이나 현금으로보상해 준다고 하니까 너나없이 쿠폰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식 신문쿠폰도 등장해 새로운 풍속도를 그리고 있다. 상계동에 사는 주부 김정혜(35)씨의 집에 아예 쿠폰함을 만들었다. 신문에 난 쿠폰을 오려두었다가 주말에 슈퍼에 갈때 몇장씩 가지고 간다. 쿠폰을 내면 매장에서 바로 7~15%를 싸게 살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종전에는 S사의 4천3백원짜리 고추장을 사 썼으나 요즘은 4천5백원하는 D사의 고추장을 구입한다. D사가 발행하는 신문쿠폰을 이용하면 4천1백50원에 살수 있어서다. 기업들도 쿠폰을 발행하면 매출액이 30%정도씩 증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쿠폰발행을 늘리고 있다. 쿠폰은 이제 "IMF시대 신종화폐"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쿠폰은 신용카드사가 팩스나 인터넷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백화점이나 음식점 등에서도 쿠폰북의 형태로 나눠주고 있다. 지천에 쿠폰이 널려있는 셈이다. IMF시대에 인기를 끄는 또다른 신종화폐는 마일리지서비스다. 신용카드 사용실적이 일정금액이상이 되면 비행기표로 보상해주는 마일리지서비스는 이제 아예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캐시백(cash back)서비스로까지 발전했다. LG하이카드가 시작한 캐시백서비스는 카드를 사용한 실적을 일정액의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제도다. 6개월만에 1백만명이 회원에 가입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이제 거의 모든 신용카드사가 이런 서비스를 실시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쿠폰 마일리지서비스 등을 찾는 것은 알뜰소비 실속소비가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과소비에 "아듀"를 고한지는 오래됐다. 최근 IMF이후 6개월간 소비자행태변화를 조사한 KRC리서치인터내셔날의 김동균 박사는 "소비자들의 구매행동축이 브랜드나 품질에서 저가격추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소비자들이 합리적 소비를 학습하기 시작했다고 볼수있다"고 해석했다. 김 박사의 분석이 아니라도 IMF이후 주부들은 쇼핑할때 단돈 1원이라도 싼곳을 찾아 다니고 있다. 할인행사를 다룬 신문경제기사를 스크랩하고 가계부를 다시쓰기 시작한 주부들도 늘어나고 있다. 쇼핑리스트작성은 이제 필수가 됐다. 백화점이 휘황찬란한 고가브랜드매장을 거둬내고 중저가브랜드나 할인매장으로 바꾸는 것도 이런 주부들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실속소비는 어른들만의 몫은 아니다. 청소년 계층으로까지 파고들고 있다. 유행과 고가소비패턴을 주도하기까지 한다는 얘기를 듣던 청소년들이 최근남대문이나 동대문시장에 떼지어 나타나고 있다. 싸고 질좋은 옷을 사기 위해서다. 한때 친구들로부터 놀림감이 됐던 "남대문패션"이 이제는 학생들 사이에 대표브랜드가 된 셈이다. IMF한파가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외국과 같은 소비의 합리화를 촉진하는 부수효과를 내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