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적자재정편성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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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각 부처가 요구하고 있는 내년 예산액은 일반 회계기준 77조9천1백13억원으로 올해 예산대비 13.1%, 재정투융자 특별회계를 합친 재정기준으로는 92조5백32억원으로 24.3% 늘어난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예년에 비해 예산대비 증가율이 매우 낮은게 우선 눈에 띈다. 일반회계기준 예산요구액 자체를 가능한한 올해보다 10%이상 늘리지 말라는 기획예산위의 편성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볼수도 있다. 그러나 각 부처의 예산요구액은 글자 그대로 요구하고 있는 액수일 뿐이기 때문에 그 금액이나 증가율이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내년 예산편성은 이제부터다. 그것은 아마도 다른 어느 해의 작업보다 더 어려울 것이 확실하다. 경제상황이 최악이기 때문에 세입확보가 어려울 뿐 아니라 구조조정 실업대책 등 해야할 일은 그 어느때보다 많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은 여느 해처럼 전년도 답습형태로 짜서는 안된다. 상황이 상황인만큼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예산증가율이 낮을수록 좋다거나 꼭 균형예산이어야 한다는데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현정부로서는 집권후 사실상 처음짜는 예산을 적자로 편성하려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적자재정에 대한 관념적인 비판은 의외로 강할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내년 예산은 경기회복을 위한 기관차역활도 해야하고 금융및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아마도 달리 방법이 없을 것이다. 사회간접자본 등에 대한 공공투자확대 금융구조조정을 뒷받침할 재정소요 등을 반영하려면 IMF(국제통화기금)와 줄다리기를 하더라도 적자재정편성은불가피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누적된 재정적자가 거의 없는 만큼 한두해 적자재정을 편성하더라도 새 빚을 얻어 묵은 빚의 이자를 갚아야하는 선진국처럼 이 문제가 국민경제에 큰 장애가 될 우려는 크지 않다고 본다. 물론 적자재정에는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인플레우려가 그것이다. 그러나 자산디플레양상이 짙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적자재정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꼭 옳다고 하기 어렵다. 기획예산위가 각부처에 보냈던 내년 예산편성지침은 성장률 2~3% 물가 5% 국제수지흑자전망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1.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3.8%를 기록하는 등 상황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빠지고 있다. 예산편성을 매듭지어야할 9월말께는 지금보다 더 좋지못할 가능성도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바로 그런 점에서 내년 예산편성은 세출규모를 정하고 세입부족분은 발권력으로 메운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마지막까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자칫 불황에 걸맞지않는 세입전망을 세운다면 조세마찰을 극대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확대될게 분명하다. 세수에 관계없이 할 일은 한다는 원칙을 거듭 확실히 해야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