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중국의 현대판 암행어사

요즘 중국에선 "암행어사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주룽지(주용기) 국무원 총리가 지방에 밀사를 보내 공무원들이 엉터리 보고를 일삼았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영기업과 금융부문의 개혁 얘기만 나오면 "이들이 국민의세금을 모두 삼켜 버린다"며 목청을 높이는 주 총리가 어떻게 했는지는 두말할 것도 없다. 주 총리는 그동안 곡물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유통단계를 줄여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리고 현장을 직접 점검하기로 마음 먹었다. 시범 케이스로 안후이(안휘)성을 택했다. 자신이 가기 전에 자신의 의중을 잘 아는 비서를 유통업자로 위장시켜 안후이성에 보냈다. 현지의 3개 도정공장에서 나온 쌀이 시장에서 어떻게 유통되는지를 조사토록 했다. 암행어사를 파견한 셈이다. 주 총리는 비서가 베이징(북경)으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쌀의 유통단계를 보고토록 했다. 타성에 젖은 지방공무원들이 관행대로 보고서를 작성했고 그 내용은 비서의보고와 크게 달랐다. 성격이 불같은 주 총리는 즉각 안후이성으로 달려갔다. 관계자들은 치도곤을 당했다. 주 총리의 현장확인 소식이 알려진후 국무원 관련부처들은 야단이 났다. "보고숫자를 허위로 조작하지 말라"는 긴급통지를 전국에 내려 보내는 등 소동이 한창이다. 중국이야 워낙 큰 나라고, 이제 성장과정에 있으니 그렇다 치자. 하지만 딱이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국제사회에서는 "한국도 부실과 관련된 여러가지 수치를 감추고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는게 사실이다. 국내경제이건 국제관계이건 역시 ''신뢰''가 근본임을 되새기게 한다. 김영근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