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빅딜'] 산업빅뱅 채찍에 재계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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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권 비서실장의 "빅딜 성사" 발언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김 실장은 박태준 자민련 총재로부터 빅딜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재계는 그런점에서 대통령의 뜻이 담긴게 아니냐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재계를 압박하기위한 애드벌룬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빅딜 발언의 배경과 전망 =미국을 방문중인 김대중대통령은 현지에서 "올해는 전면 개혁의 해"라고 강조했다. "귀국후 금융및 기업개혁에 진력하겠다"고도 했다. 김 실장의 "빅딜 발언"은 김대통령의 구상이 방미기간중 치밀하게 물밑에서추진돼 끝났음을 나타낸다. 6.4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계와 재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정계및 재계개편을 동시에 추진,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DJ식 개혁"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퇴출기업의 명단발표가 당초보다 2~3일 앞당겨진 것도 "개혁의 동시진행" 스케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구조조정에 미치는 효과 =빅딜의 이상은 분명 좋은 것이다. 장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산업구조를 손쉽게 재편할 수 있다. 대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업종을 전문화할 수 있게 되고 이 과정에서 부실기업도 무리없이 처리할 수 있다. 빅딜이 성사단계에 들어갔다는 얘기는 재계의 구조조정이 본궤도에 올라서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곧 퇴출기업 명단이 공개되면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게 돼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의 최대 단점으로 꼽혀 오던 문어발식 경영은 빅딜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진정한 의미의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다. 그러나 문제도 적지 않다. 정작 성사되지 않은 기업들까지 빅딜 루머에 휘말리면서 영업 자체가 마비된다. 대외신인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빅딜은 호황기에 각 기업이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택하는 방법"이라며 실현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다. 엄포성 발언은 아닌가 =재계는 김 실장의 발언 이후 증권가를 중심으로 "빅딜 리스트"가 다시 나돌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살생부" 파문에 이어 빅딜 파문이 재계를 강타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모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왜 스스로 없었던 일이라고 결론지었던 빅딜을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시작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김 실장의 이날 발언이 재계를 압박하기 위한 "애드벌룬"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주 퇴출기업 명단이 발표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기업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미리 쐐기를 박는다는 차원에서 빅딜발언을 한게 아니냐는 것. 업체 관계자는 "성사되지 않은 빅딜을 마치 다 된 것처럼 말해 재계에 알아서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라는 사인을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전반 부실 우려도 =재연된 빅딜 논의는 정부가 강조하는 구조조정의기본 원칙에 배치될 뿐만아니라 안되는 사업을 이곳저곳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빅딜은 결국 부실기업을 건실한 기업에 옮겨주는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 산업전반이 부실해지는 역효과가 생겨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재계의 이같은 반응은 이날 "시나리오"에 오른 모든 업체들 어느곳을 찔러봐도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과장된 것이 아닌 듯 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작년말부터 논의됐던 빅딜논의가 수그러든 것은 빅딜이 시장경제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며 "다시 빅딜은 언급하는 것 자체가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오류"라고 지적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