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재계 일파만파] '3각 빅딜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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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빅딜 구상은 현대-삼성-LG간 "3각 빅딜". 현대가 석유화학을 LG에, LG가 반도체를 삼성에, 삼성이 자동차를 현대에 넘기는 방식이다. 해당 그룹은 물론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두 기업간의 빅딜도 어려운데 3개 그룹이 기업을 교환하는게 가능하겠느냐"는 시각이다. 3각 빅딜은 일단 외견상 그럴 듯 하다. 그러나 "서로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는 빅딜의 전제를 충족할지는 의문이다. 우선 현대의 손익이다. 소문대로라면 현대는 석유화학을 LG에게 주고 삼성자동차를 넘겨받게 된다. 물론 관심은 자동차다. 현대는 삼성자동차를 넘겨 받아야 별 메리트가 없다. 오히려 짐만 된다는게 현대의 주장이다. 삼성은 이제 24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연간 8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간 투자는 무려 3조5천억원이다. 부채는 2조6천억원에 이른다. 차종도 겹친다. 게다가 삼성차는 닛산과 기술제휴로 수출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다만 삼성 계열사들이 사모은 기아자동차 주식을 함께 넘겨준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포드를 앞서는 기아의 최대주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이 자동차를 포기할 경우 현대가 기아에 계속 관심을 가질지는아직 의문이다. LG도 현대석유화학이 내키지 않는다. 전남 여천에 기반을 둔 LG화학은 충남 서산에 있는 현대석유화학 공장을 받아 봤자 시너지효과와는 거리가 멀다는게 이유다. 구태여 자본금 4천5백억원,부채 3조2천억원짜리 현대석유화학을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반면 LG는 반도체 사업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은 자동차를 떼내고 LG반도체를 받게 된다. 삼성 역시 LG반도체를 합쳐봐야 반도체 제조기술과 설계방식이 서로 다르기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그룹별 손익이 큰 차이를 보이는 까닭에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두 기업간의 거래도 어려운 판에 3각 빅딜이 현실적이라고 보는 것은 정치적 쇼라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