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복합단지] 제4부 : 유럽 (2) 런던 '브로드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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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동북단에 있는 "(런던)시티"구. 뉴욕 도쿄와 함께 세계금융시장을 연결하는 골든트라이앵글의 한 축을 이루는 금융메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과 증권.외환거래소를 비롯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밀집해있다. "시티"의 교통망은 리버풀스트리트역을 중심으로 뻗어있다. 이 역이 "시티의 관문"인 셈이다. 버풀역은 그러나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지하에 있기도 하지만 역을 둘러싼 거대 건물군때문이다. 이 건물군이 역세권재개발의 "모델"격인 브로드게이트. 총면적이 3백50만평방피트에 달하는 14개 대형건물을 예술적으로 배치한 복합단지다. 리만브라더스 EBRD(유럽부흥개발은행) UBS(스위스연방은행) BOA(뱅크어브아메리카) 스미토모신탁 등 세계를 이끄는 1백20여개의 금융기관 법률회사들이 들어있다. 런던에서 가장 큰 수영장, 유럽유일의 실외빙상장 등 스포츠시설과 레스토랑서점 쇼핑센터 병원 등 각종 편의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브로드게이트의 상시 근무 인구는 2만3천명. "시티"에서 근무하는 인원의 10분의 1선이다. 역이 있는 만큼 유동인구도 많다. 리버풀역을 이용하는 인구는 하루평균 20만명에 달한다. 고정.유동인구가 많으니 건물 임대관리수입이 만만치 않다. 연간 수입은 2천5백만파운드. 우리돈으로 약 6백억원에 달한다. 이중 순수익은 40%선인 2백40억원. "브로드게이트 자체가 하나의 작은 도시입니다. 잠자는 것을 빼놓고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니 그런 말이 나오지요. 관할 경찰서와 소방관청에서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브로드게이트를 관리하는 부동산개발회사 로즈호우 스탠호프 디벨로프먼트(RSD) 프루 레드번 부사장의 말이다. 브로드게이트가 처음부터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80년대 중반까진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역규모도 작아 혼잡스럽기 이를데 없었고 주변엔 광대한 노후빌딩들 뿐이었다. 70년대 후반부터 개축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인근 신개발지역인 "도크랜드"가 들어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중심지의 "경제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시당국과 영국국철부동산국(BRPB)이 RSD와 손을 잡았다. RSD는 대규모 역세권 재개발계획을 BRPB에 제출, 85년 승인을 받아 곧바로 착공에 들어갔다. 공사기간은 91년 여름까지 계속됐다. RSD로선 6년동안 개인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시티"의 운명을 걸고 건물을 지어야 했다. 전체 프로젝트는 BRPB와 RSD의 공동사업이지만 역사를 제외한 주변 용지를 RSD가 999년간 임대해 개발을 맡아 운영하는 식이다. RSD는 설계부터 신경을 썼다. 50명의 영국인과 9명의 미국설계사들이 공동작업을 벌였다. 유럽의 "전통"과 미국의 "현대"가 어우러지도록 했다. 특히 역이라는 둔탁한 구조를 거리에 노출시키지 않고 14개의 빌딩이 각각 개성을 갖고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 거대 건물군이 거리미관을 해치지 않도록 전체적인 외관도 예술적으로 처리했다. 1백50여개의 무인카메라가 작동하는 완벽한 보안시스템도 갖추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빌딩관리. "우리의 철학은 "인간을 위한 빌딩"을 만들고 여기에 "완벽한 근무조건" 구비해주는 것입니다. 빌딩임대인들이나 근무자들이 하는 일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지요"(배리윈 필드 관리담당임원) 3백50만파운드(약 88억원)어치의 예술품을 요소요소에 배치해 건물전체의 "품격"을 높였다. "건물중심에 있는 광장이나 빙상장에서 계절에 맞는 음악컨서트 등 다채로운행사를 엽니다. 직원들이 근무중 스트레스를 단지내에서 해소하면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마크 스미스 행사담당) 브로드게이트에서 일하는 사람의 40%는 19~35세의 여성이고 남성들의 나이도23~45세. 한마디로 활력있는 젊은 도시다. 세계금융의 메카이자 영국경제 심장부의 활력은 바로 "브로드게이트"에서 나온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세권재개발단지인 브로드게이트에 영국경제의 미래가 담보되어 있는 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