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금강산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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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어서 지옥에 가지 않으려면 죽기전에 한번은 금강산에 올라야 한다"는 예부터 전해오는 말이 있다. 또 "동국세시기"에는 5월 단오때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부채에 그리는 풍속이 기록돼 전한다. 그동안 발굴된 민화들을 보아도 금강산을 주제로 그린 병풍들이 압도적으로많다. 금강산은 이처럼 우리 의식과 생활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산이다. 가본 사람은 본대로, 가보지 못한 사람은 보지못한대로 한없는 외경과 동경을 품는 민족의 영산이다. 내금강 쪽에 "배점"이라는 고개가 있다. 이 고개는 내금강의 천봉만학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이곳에 오르는사람은 산봉우리들을 향해 절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데서 유래된 지명이라고 한다. "비로봉 대자연을/사람아 묻지 마소/눈에 미처 못 보거니/입이 능허 말할손가/비로봉 알려 하옵거든/가보소서 하노라" 비로봉에 오른 춘원 이광수도 자연경관에 압도돼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곳이 금강산이다. "화엄경"에 "해동에 보살이 사는 금강산이 있다"는 구절이 나와 있는 탓으로 일찍부터 중국까지 알려져 그들도 "고려에 태어나서 금강산을 한번 구경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중국사신은 고려에 오기만 하면 천하없어도 금강산 구경은 했고 "중국의 명산인 여산보다 낫다"고 감탄하며 떠났다. 금강산은 이처럼 민족적 자랑이기도 했다. 남북 60km, 동서 40km, 면적 약 1백60평방km에 이르는 금강산은 계절에 따라 풍광이 바뀌고 동쪽이 동해안에 연해 있어 바다와 산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절승지로 유명하다. 또 1만2천봉, 8만9암자로 상징되듯 셀 수 없이 많은 산봉우리와 계곡,사찰에 얽힌 전설과 사화들이 관광지로서는 최적인 세계의 명산이다.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이 오늘 오전 소 5백마리를 실은 트럭과 함께 판문점을 통해 북한을 방문한다. 방북목적중 금강산개발은 그가 오랫동안 집념을 갖고 추진해 온 일이다. 올 가을에는 내외국인들이 유람선을 타고 동해안을 달려 금강산관광을 하는 꿈이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