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말해도 듣지 않는다" .. 김대통령-경제6단체장 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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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대통령은 17일 낮 경제6단체 대표 10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며 방미 성과를 설명하고 정부가 추진중인 금융개혁과 기업구조정에경제계가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대화요지. 황두연 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은행이 정상화돼야 수출이 늘 수 있다. 최근 담보가치 하락으로 은행들이 또 다른 담보를 요구한다. 그나마 신용보증기금의 보증한도가 2조원 가량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은행이 가장 문제다. 김 대통령 =대통령 해보니 제일 힘드는 부분이 은행 문제다. 아무리 말을 해도 잘 듣지 않는다. 과거 독재정권 시대에는 정부가 은행을 좌지우지했지만 지금은 그럴수도 없는데 은행에 자율성을 주니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그러니 은행 구조조정이 빨리돼야 한다. 김우중 차기 전경련회장 =일본은 3백60일까지 연불수출을 허용하는데 우리는 1백80일, 90일짜리도 은행에서 매입해 주지 않는다. 이런 것이 수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박상희 기협중앙회장 =대기업을 빨리 전문화시키고 능력없는 중소기업도 퇴출시켜야 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핵심은 대기업이다. 김우중 회장 =우리기업의 자기자본비율 등을 선진국 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봐서는 안된다. 투자규모가 1조달러에 달하는 시설재를 잘 활용해야 한다. 현재 하는 작업을 2교대에서 3-4교대로 바꾸면 시설재 투자를 하지 않고도실업을 줄이고 수출도 늘릴 수 있다. 대기업이 어떤 비전을 갖고 나가야할지 방향설정을 제대로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김 대통령 =대기업이 우리 경제발전에 기여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불러온 것도 대기업이다. 일부 국민이나 노동자들은 재벌해체, 심지어는 처벌까지도 요구한다. 나는 노동자의 권리를 기업주가 침해하는 것은 물론 노동자가 불법행위를 하는 것 모두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5대재벌이 경제를 살리는데 앞장서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빅딜만 해도 간절히 바랬다. 기업들이 합치든 말든 내가 개인적으로 무슨 이해관계가 있겠는가. 외적인 여건이 그런대로 나아졌으니 이럴때 일수록 전경련이 앞장서 달라. 김우중 회장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다. 다만 대기업은 기업구조가 복잡해 결과가 가시화되려면 좀 시간이 얼린다. 잘 안되면 내가 책임지겠다. 김 대통령 =IMF체제가 반년이 흘렀다. 국민들이 볼때 손에 쥘만한 가시적인 결의 같은 것을 전경련이 보여줘야한다. 과거 독재정권때는 전경련이 잘 들 지지하고 나서지 않았는가. 김우중 회장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가시적인 것이 나올 것이다. 대통령께서 고생하시는 것은 잘 안다. 김 대통령 =(기협중앙회장에게) 중소기업을 위해 은행 정부와 싸워라. 내가 얼마나 중소기업을 도와주고 있는가. 지금도 매일 나에게는 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실적 일일보고가 올라온다. 박상규 중소기업특위위원장 =이제 특위라는 조직이 생겼으니 중소기업에서 일을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출한 은행이 대출실적만을 올리고 3일만에 다시 이를 회수한다고도 한다. 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을 자율적으로 해주지 않으면 대기업 중소기업 은행모두 잘못을 시정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김 대통령 =정부는 기업과 노동자가 공정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고있다. 우리는 평생고용에 익숙해져 있어 고용조정 등이 어렵다. 경총회장이 노동자들과 잘 대화해 달라. 김창성 경총회장 =각 기업이 구조조정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외국자본을 들여오고 기업 퇴출도 시키고 있다. 고용 조정도 어느정도는 불가피하다. 박상희 기협중앙회장 =중소기업은 고금리 부담이 정말 어렵다. 부동산 담보는 이제 인정해 주지도 않는다. 중소기업 신용보증을 위해 5천억원 정도를 더 배정해 달라. 김 대통령 =문제가 있으면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하고 은행을 찾아나서라. 법에 있는 정치자금은 여야를 막론하고 줘도 좋으나 법에 없는 정치자금은 제발 주지 말아달라. 경제계의 협조가 없이는 정치가 깨끗해지지 않는다. 과거처럼 기업과 정치인간에 정치자금과 관련된 이상한 소리가 나와서는 안된다. 대기업이 경제를 이끌고 왔으니 김우중 회장이 앞으로 잘 해주시기를 바란다. 김우중 대우회장 =대통령께서 대기업 대표들을 불러 이야기도 듣고 격려도 해달라. 김 대통령 =조만간 전경련 회원사 대표들을 만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