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경협] "고향방문 꿈이 현실로..." .. '이모저모'

오는 9월부터 금강산 관광을 할 수 있게 됐다는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의23일 판문점 발표를 TV를 통해 지켜본 실향민들은 "소떼를 몰고갔던 정명예회장이 기쁜 소식을 가져왔다"며 들뜬 분위기였다. 방북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전 판문점을 통해 귀환한 정 명예회장에게서 무슨 말이 나올까 초조하게 기다리던 실향민들은 금강산 관광이라는 말이 나오자 "정 명예회장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강원도 고성출신인 정회장이 소속회원이면서 정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세영현대자동차명예회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강원미수복지구 중앙도민회 사무실에는 직원 대부분이 정 명예회장의 귀환을 환영하기 위해 판문점을 찾았기 때문에 혼자 남은 여직원이 실향민들과 언론사로부터 빗발치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실향민이거나 실향민 가족들인 도민회 직원들은 "워낙 변덕이 심한 북한정권이 정말 금강산 관광을 허용할 지는 9월이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특히 전날 터진 북한잠수정 영해침투 사건이 정회장이 북한측과 합의했다는 금강산 관광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비상한 관심을 기울였다. 평북 운산군 출신인 한준명(75)씨는 "고향방문이 성사됐으면 더할나위없이좋겠지만 당장은 고향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운 금강산에 가보는 것이 소원"이라며 가슴설렌 표정을 지었다. 황해도 중앙도민회 소식지인 "황해민보사" 편집국장 유창순(70.황해도 연백출신)씨는 "금강산을 방문하게 됐다는데 기쁘지 않을 실향민이 누가 있을까"라면서도 "평화의 소떼를 갖다줬는데도 잠수정을 침투시키는 저들(북한)의 행태로 미뤄 이번 발표도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게 솔식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7박8일간의 북한 방문을 마친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일행은 이날 오전 9시30분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북측지역내 통일각에서 1시간여 동안 휴식을취한 후 오전10시30분께 중립국감독위 회의실을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정 명예회장 일행은 오전10시25분께 북한측이 마련한 검은색 벤츠승용차로 중감위 회의실 북측출입구쪽에 도착,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정운업민족협력연합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단하게 환송행사를 가졌다. 송 부위원장은 "건강하게 가시고 또 만납시다"라고 인사를 나눴고 화사하게양장을 차려입은 북한 아가씨 한명이 정 명예회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또 뵙기를 희망합니다"라며 석별의 인사를 나눴다. .환송행사를 마친 후 정 명예회장 일행은 곧바로 판문점 중감위 회의실 북쪽 출입구로 들어섰다. 정 명예회장은 김윤규 현대건설 부사장과 정응채 남북회담사무국 연락관의부축을 받으며 다소 불편한 걸음걸이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정 명예회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은 옆 건물 회의실에서는 7년만에 유엔사와북한간 장성급 회담이 열려 동해안 북한 잠수정 침투사건을 둘러싸고 설전을벌이고 있어 묘한 대조를 이뤘다. .오전10시35분께 정 명예회장 일행이 중감위 회의실을 거쳐 우리측 지역으로 넘어오자 좌우로 도열해 있던 가족들과 현대 임직원 20여명은 일제히 박수로 환영했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 여직원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가족들과 목례를 나눈 뒤대기중이던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타고 기자회견장인 평화의 집으로 이동했다. 정 명예회장은 7박8일의 방북 여정 때문에 다소 피곤해 보였으나 방북소감을읽어내려갈 때나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할때는 또박또박 의욕적으로 답변했다. 기자회견장에는 내외신기자 40여명이 참석했고 방북단 일행과 환영나온 가족들 현대사장단 등이 배석했다. .북한 중앙방송은 이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이번 방북을 계기로 성사된 남북간의 상호협력사업을 토대로 남과 북이 서로 협력하여 조국의 번영을 이룩해 나갈것을 다짐했다"고 보도했다. 중앙방송은 정 명예회장이 22일 저녁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연설을 통해 "이번 상호협력사업을 토대로 분열을 버리고 통일로, 갈등을 털고 화해로 가는 길을 함께 웃으면서 가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어 "하늘과 구름, 땅이 하나로 통하는 가깝고도 먼 고향에오니 꿈만 같으며 너무도 정답고 따스한 가슴의 문을 열어줘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이번 방북과 관련, 김정일에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지난 29년 창립된 여성단체인 한국근우회 회원 1백여명은 한복차림으로 현대건설 직원 1백20여명 등과 함께 행사장 입구 주변 도로에 선채 모형무궁화 태극기 현대그룹기 등을 흔들며 정 명예회장의 무사 귀환을 축하. 이날 행사장에는 "닫혔던 민족의 혈관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참 기쁜일입니다" "우리는 같은 피, 같은 뿌리, 동포여 화해 협력하자" 등의 피켓과 "방북의 큰 성과를 축하합니다-현대 임직원 일동" "정주영회장님 수고가 많으셨습니다-동화은행 임직원 일동" 등의 현수막이 걸려 경축분위기가 고조.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