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중국방문] 위안화 절하 '방벽 쌓기' .. 미국의 입장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25일부터 시작되는 역사적인 중국방문길에 올랐다.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의 의제는 산더미처럼 많다. 인도 파키스탄의 핵실험으로 새롭게 부각된 핵확산금지문제를 위시해 티베트와 반체제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한 인권문제, 대만문제, 한반도안정,중국의 대미무역흑자,중국에 대한 미국의 최혜국대우 연장여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WTO) 가입 등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클린턴의 역사적 중국방문을 1주일 앞둔 지난주 미국은 상식적으로는 믿기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모든 경제활동은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이른바 시장불개입원칙을 일시적으로나마 포기해야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엔이 폭락하자 시장에 개입한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때문이다. "엔저=위안화 평가절하"라는 등식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지도부가 "엔저해소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위안화 평가절하 불가 원칙을 고수하기 어렵다"고 나올 경우 대응수를 만들어 두어야 했던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여러경로를 통해 미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위안화평가절하 압력에 대한 공포는 미국쪽이 오히려 더 크게 느끼고 있는게 사실이다. "엔화위기는 중국 위안화에 대한 평가절하를 초래할 수 밖에 없고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제2의 아시아 통화위기가 불가피하다"는 프레드 버그스텐 미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의 반응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엔화와 위안화의 동시 폭락은 아시아당사국들은 물론 남미 유럽 급기야는 미국에까지 큰 파장을 미쳐 세계를 공황상태로 끌고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국은 아시아위기에도 불구하고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연 7조달러에 달하는 미국경제규모에 비추어 아시아 위기가 미칠 직접적 영향은 고작해야 5백억달러.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는 계량적 추산이 그 근거가 돼왔다. 하지만 제2의 경제대국인 일본과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중국이맞물려 몰고올 엔화 위안화 동시 폭락사태는 무시할 수 없는 파장을 일으킬것이라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은 성장률둔화 실업증가 공기업개혁부진등 내부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그런 내부사정을 외부에 애써 숨긴채 엔저를 구실삼아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명분을 찾고 있는 중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구실찾기"에 사전쐐기를 박아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주문이다. 결국 역사적 방중을 앞둔 시점에서의 시장개입은 엔화하락을 방지하자는 것보다는 중국을 안심시키자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는 것이 워싱턴의 분석이다. 미국은 이만큼 했으니 인권이나 핵확산방지 문제등에서 상응하는 선물을 내놓으라고 중국에 요구할 것이고 중국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계속 명분을찾는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어떤 방향을 설정하느냐에 아시아경제와 세계경제의 미래가 걸려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