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벤처] 실리콘밸리 : 새주인 '생명공학'..바이오밸리

"실리콘밸리에서 바이오밸리로" 정보통신산업의 메카로 불려온 실리콘밸리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주도하는 산업이 하드웨어및 소프트웨어, 인터넷 등의 컴퓨터관련 산업에서 바이오테크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를 "바이오 혁명"이라고도 한다. 바이오테크 산업이란 인간에 친화적인 새로운 식품이나 의약품, 동물 등을 만들어내는 산업분야. 환경이나 질병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도 이에 포함된다. 쉽게 말하면 암이나 알츠하이머같은 난치병들을 고치는 의학기술에서부터 무공해 연료, 슈퍼감자, 쓰레기 처리기술 등 인간생활에 친화적인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산업을 말한다. 이 분야는 반도체 경기 하락과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벤처인들에게 매력을잃어가고 있는 컴퓨터 산업을 대체해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주력업종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는 바이오테크 산업에 기반이 되는 첨단 컴퓨터 기술을 대량 확보하고 있어 바이오테크 산업의 최적지로 꼽힌다. 또 인근에는 생물공학 관련 대학및 연구소가 널려 있어 기술인력 확보도 용이하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도 지난 83년부터 바이오테크 산업을 미래경제의 주요산업으로 제정하고 바이오테크 업종 전문인들에게 세제혜택과 신변보호를보장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의 바이오 벤처기업인들이 속속 실리콘밸리로 모이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는 미국에 있는 총 1천3백여개의 바이오 벤처기업중 30%가 몰려 있다고 한다. 기름진 토양에 뿌리를 내린 실리콘 밸리의 바이오테크 산업은 매년 10배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바이오테크 시장이 지난 95년 4백억달러에서 2000년까지 1천억달러대로 성장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속도다. 가장 눈에 띄는 바이오테크 업종은 바이오칩 분야. 실리콘밸리의 간판기술인 마이크로칩 기술에 생명공학을 접목시킨 새로운 영역이다. 바이오칩은 컴퓨터칩에 사용되는 트랜지스터 대신 DNA탐침을 써서 수천가지유전자의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 의학계에서는 AIDS 등 난치병의 원인을 규명하거나 신의약품을 개발할 때 유용하다. 예를 들어 휴대용으로 만든 "바이오칩 내장 유전자 스캐너"는 환자의 침을유전자 수준에서 분석, 환자의 체질적 특성과 증상에 적합한 항생제를 만들수 있게 한다. 현재 이 분야에서는 애피메트릭스사와 하이시크, 신테니, 인사이트 등의 업체가 "미래의 인텔"을 꿈꾸며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환경비즈니스 분야도 유망한 바이오테크 업종이다. 뉴트리 클린사는 청과물 농약 검사에 필요한 약품이나 기술 등을 개발해 성공한 케이스. 정확한 매출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재 이 지역의 1천개이상 슈퍼마켓과 계약을 체결하고 활동중이다. "바이오시큐리티"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도 각광받고 있다. 바이오시큐리티는 생명공학에서 신품종 동식물을 개발할때 미리 강력한 면역체계를 갖게 하거나 높은 생산성을 갖게 하는 것이다. 신품종 먹거리가 대표적인데 수확후 40일간 유통시킬 수 있는 토마토,유럽옥수수 좀벌레도 이길 수 있는 강력한 자생력의 옥수수, 양식기간을 반으로 줄인 연어, 씨없는 멜론, 숙성조절이 가능한 바나나 등이 있다. BIO(미 생명공학산업기구)에 의하면 몬산토, 화이자, DNA플랜트테크놀로지등 1천3백11개 기업이 생명공학 상품화에 참여하고 있다. 이같은 바이오 혁명의 물결에 기존 업체들도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휴렛팩커드(HP)는 중대형 컴퓨터시장에서 다진 기술을 기반으로 바이오테크업체들이 사용하는 장비를 만들어내고 있다. 약 1만1천여종의 계측기기를 만들고 있는데 HP는 정보통신사업에서 번 돈을차세대 유망사업인 바이오테크에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바이오테크산업이 21세기의 주력산업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벤처캐피털사인 인베스타의 허버트 창씨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바이오테크 산업은 가장 큰 베팅을 할 수 있는 분야다. 기술만 있으면 언제든지 성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분야다. 때문에 꿈있는 젊은이들이 도전하는 곳이고 성공할 수 밖에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