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대상] (98 상반기) 제2부 : 주류/식품 <3>

[ 농심 ''신라면컵'' ] 농심 신라면컵이 국내시판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 여타 신제품과는 달리 별다른 판촉행사도 없이 판매에 나섰으나 첫달 매출이 10억원을 넘어섰다. 신제품이 나온지 3개월이 지나야 시장에 정착한다는 통례를 완전히 깬셈이다. 특히 여대생과 직장여성들 사이에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이에 고무된 농심은 그해 12월 용량이 큰 "신라면 큰사발"을 내놓았다. 푸짐한 양으로 남성층을 파고든다는 계획이었다. 이 전략도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다 올들어 IMF한파를 타고 상대적으로 값이 싼 라면 수요가 늘면서 고수부지 공원 등지에서 신라면컵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신라면컵(사발용기 포함)은 이제 월매출이 50억원을 웃돌고 있다. 출시된지 불과 10개월만에 국내 용기면시장에서 점유율이 20%를 넘어서는 히트제품으로 급성장했다. 신라면컵이 이런 인기를 누리는 것은 지난 86년 선보인 이후 라면업계에서 단 한차례도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은 신라면의 후광을 톡톡히 입었다. 봉지면인 신라면은 이름 그대로 독특한 매운맛을 앞세워 국내 라면시장의 점유율을 25% 이상 차지하는 단일품목으로는 국내 최대 히트제품. 농심은 당초 국내에는 봉지면을 판매하고 컵제품은 수출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PC통신등을 통해 컵제품의 시판을 요청하는 젊은층이 늘자 국내 시판을 결정한 것이다. 신라면컵은 따라서 신라면의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 붉은고추 마른파 표고버섯 당근 등을 적절히 배합, 신라면이 갖고 있는 매콤하고 개운한 쇠고기 국물맛을 컵제품에서도 느끼게 해준다. 소비자들이 10여년간 신라면의 맛에 길들여진 점을 컵제품에 반영한 것이다. 농심은 이를위해 국내업체중 유일하게 CVP(연속진공건조)공법을 도입했다. 재료가 갖고 있는 맛을 완전히 분해 건조할수 있는 신기술이다. 매운맛도 단지 붉은고추와 고춧가루를 섞어 내는게 아니다. 고추맛에 마른파 마늘 등 여타 재료가 갖고 있는 매운맛을 완벽히 추출해 얼큰한 맛을 내고 있다. 면도 고온에서 튀겨 가늘면서도 고소하고 쫄깃쫄깃하다. 고급 소맥분을 사용해 뜨거운 물만 부으면 딱딱한 면발이 빠른 시간내 부드럽게 풀린다. 한마디로 매콤한 쇠고기 국물맛에 쫄깃한 면발이 잘 어우러지는게 가장 큰특징이라고 회사측은 자랑한다. 용기를 귀엽고 깜찍하게 만들어 소비자들의 입맛을 돋운 것도 인기를 유지하는 또다른 비결이다. 농심은 최근 신라면컵의 가격을 5백원에서 4백50원으로 10% 내렸다. 봉지면과 같은 값이다. 밀가루 등 주요 원료의 가격인하, 그리고 소비자들의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농심은 맛과 값이 다른 회사 제품을 압도하고 있어 앞으로 매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 회사는 신라면 신라면컵 신라면큰사발 등 "삼총사"를 앞세워 라면업계 선두주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