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환란 1년] (3) '수하르토 재산 어떻게'

포브스지가 지난 22일 발표한 세계 1백대부호명단. 73번째 칸에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전대통령의 이름이 올라있다. 재산은 40억달러. 6명의 자녀 손자 친인척까지 따지면 4백억달러 수준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IMF의 인도네시아 지원금(4백30억달러)과 맞먹는 규모다. 수하르토 일가의 재산처리문제는 인도네시아 해법의 첫단추다. 하지만 이 단추 끼우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우선 정확한 재산규모가 파악이 안된다. 수하르토 일가가 지분을 소유한 기업은 1천개가 넘는다. 외국기업들이 수하르토 일가의 재산형성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대부분의 외국기업은 그동안 인도네시아가 아닌 수하르토 일가와 사업을 해왔다. 따라서 수하르토 일가의 재산몰수는 외국기업의 자산몰수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일가 재산중 상당수가 소유권이 분산돼 있다는 점. 수하르토 일가가 경영하는 기업중 19개가 상장돼 있다. 특히 둘째아들 밤방 트리하트모조의 비만타라그룹의 지주회사가 상장돼 있어 사실상 재산몰수는 어렵다. 마지막 장애물은 정부내에 넓게 잔존하는 수하르토 지지파. 인도네시아 총사령관인 위란토장군은 요즘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하르토 처벌이나 재산몰수 불가론"을 설파하고 다닌다. 하지만 여론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수하르토일가의 재산몰수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하비비정부도 몇가지 조치를 취했다. 수하르토 대통령 일가와 친구들이 소요한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쿤토로 망쿠스브로토 광산 에너지장관은 "국영석유회사인 페르타니나사와 수하르토 일가가 소유한 무역및 해운회사간의 구매계약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자카르타시는 수하르토 전대통의 아들이 소유한 최신 고층빌딩 두채를 압류해 복지사업에 쓰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여론에 떠밀려 나온 것이라는 인상이 짙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전면적인 조사와 재산압류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하비비정부는 국민들에게 "적당히 보여주는 선"에서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그 수준이 인도네시아 국민들을 만족시킬 지는 의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