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주인 따로 있어도 명의자가 예금주" .. 대법원 첫 판결

금융실명제 실시후 개설한 예금계좌는 실제 돈을 예금한 사람이 따로 있더라도 실명확인을 거친 예금 명의자만을 예금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송진훈 대법관)는 6일 타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했다가명의인이 중간에 돈을 찾아가는 바람에 예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이모씨(부산시 수영구 수영동)가 부산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금융실명제 이후 개설한 계좌의 실제 출연자와명의자가 다를 때 누구를 예금주로 볼 것인가를 놓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가운데 나와 앞으로 유사 소송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예금 명의자가 아닌 자신이 예금에 관한 채권을 갖기로 한다는 명시적 묵시적 약정을 예금 출연자와 금융기관이 맺지 않는 한 주민등록증을 통해 실명확인을 한 예금 명의자를 예금주로 보는게 합당하고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명령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실명제 실시로 금융기관이 실제 명의에 의한 거래를 확인할 의무를 부여받게 된 만큼 실명 확인을 거친 명의자와만 진정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 95년5월30일 은행거래 실적을 높여 달라는 사채업자 김모씨의 부탁을 받고 민모씨 명의로 부산은행 감천동 지점에 통장을 개설, 3억원을 예금했다. 그러나 민씨가 다음날 예금청구서만을 제시하고 돈을 전액 인출해 해외로 도피하자 소송을 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