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왕 박세리 US오픈 제패] '메이저에 강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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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는 왜 큰 대회에서 강한가. 그녀는 어떻게 메이저같은 중압감 많은 대회에서만 우승할수 있었는가. 골프의 제1덕목은 배짱이고 용기다. 박세리는 그같은 조건을 갖췄다. 지난번 LPGA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의 16번홀 러프 우드샷 같은 배짱이 그렇고 이번대회에서도 박은 대부분 핀을 직접 겨냥하는 골프를 쳤다. 예를들어 2라운드 3번홀(파4-4백2야드)에서 박은 그린 왼쪽 가장자리에 꽂힌 핀을 그대로 겨냥했다. 그린과 왼쪽 낭떠러지 사이는 불과 3m 정도였는데 박의 5번아이언샷은 핀과 낭떠러지 중간을 가르며 6m가량 지나쳤다. 그것은 박정도의 수준에서 핀을 직접 노리지 않으면 도저히 나올수 없는 샷. 그샷의 의미를 아는 동반자들은 그것을 보고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박은 버디를 잡았고 동반자인 도나 앤드루스(미국)는 80cm 파퍼팅을 빠뜨리며 3퍼팅 보기를 했다. 다른 선수들은 이미 기싸움에서 지고 들어간 셈이다. 당시 앤드루스는 박이 버디를 잡을때마다 3퍼팅 보기로 버디 찬스를 날렸다. 그같은 기질은 어렸을때부터의 훈련에 기인한다. 골프는 그렇게 치는 것으로 배웠고 이제까지 한결같이 그래왔다. 박준철씨는 연장전을 앞두고도 핀을 보고 쏠 것만을 주문했다. "지더라도 핀보고 쏴야 합니다. 만약 안전한 골프, 도망가는 골프를 치다가 지면 그 후유증을 이겨내기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패하면 선수로서의 앞날이 그냥 사그러들수 있어요. 이번대회에서도 과감히 치다가 졌다면 그건 괜찮아요. 그렇게 치지 않다가 졌을때가 문제입니다. 골프 1-2년 칠게 아니지 않습니까" 바로 이같은 관점이다. 그래서 큰 대회에 강하고 남들 모두가 압박감에 시달릴때 박세리는 자신만의골프를 친다. 이번대회에서도 기자들의 단골질문이 압박감이었다. 그러나 박은 줄곧 압박감은 없다고 말했다. 우승직후 NBC골프 앵커의 첫 질문도 그것이었다. 역시 대답은 "샷을 생각해야 하는데 압박감 느낄 여유가 어디 있느냐"였다. 대단한 기본이고 배짱이다. 박의 그같은 골프는 당연히 인기를 끌고 있다. 박세리는 이제 미국골프팬 누구나 알고 일본 등 세계골프팬들도 관심이 크다. 이는 소렌스탐 등과도 비교가 된다. 소렌스탐은 매스컴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한다. 아마 영리하고 견실한 골프에 관한한 그녀를 따라갈 사람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렌스탐은 여자골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분위기도 그렇고 샷자체도 그렇다. 또 캐리 웹(호주)은 혼자만 튀는 인상을 준다. 좀 차가운 분위기이다. 이에반해 박은 배짱있게 친다. 어떤 상황에서도 별로 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자프로골퍼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 어쩌면 남자프로들보다 더 겁없이 치기때문에 미국무대에서 어필하는 것. 이곳의 외국기자들도 박의 생각, 박의 골프를 무척 캐내고 싶어하는 눈치지만 박의 영어가 한계가 있어 인터뷰도 짧아지고 커뮤니케이션도 제한되고 만다. 언어문제와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아직은 소렌스탐의 인기가 앞서지만 대세는 역전될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20세 루키의 메이저 2승은 앞으로 몇십년이나 또 영원히 나오지 않을 기록인지도 모른다. 박세리는 곧 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지나 골프다이제스트지에서 커버 스토리로 다룰 것이다. 그것이 박의 가치와 인기를 증명한다. 그러나 백인이 아닌 아시아인 히로인은 어느 시점에선가 철저한 견제(가장 가까이는 선수들로부터)를 당하게 마련이다. 박은 그같은 시련을 각오해야하고 또 이겨내야 할 것이다. 미LPGA에서도 박의 주변에 그같은 견제 가능성을 슬며시 전달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