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모임] '건강약사회' .. 최호열 <약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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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에 "간염"과 매일 힘들게 싸우고 있는 환자는 자그마치 4백여만명을 헤아린다. "건강약사회"는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위한 간염치료법 연구모임이다. 절망에 빠진 환자들에게 적은 힘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 외국의약계까지 부지런히 나다니며 무릎을 맞대고 연구한지도십수년이 흘렀다. 연구에 있어서 약사라는 직능때문에 활동에 한계가 없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 가슴뿌듯한 자신감이 생긴다. 서로 바쁘다보니 여느 모임처럼 가슴설레는 추억거리는 별로 없다. 그러나 나름대로 멋이 깃든 잔잔한 즐거움은 있다. "간염박사"로 통하는 박석일약사의 군포 토성약국 지하실은 우리 모두의 사랑방이다. 지식의 지평을 한차원 높이며, 학문의 세계를 무수히 경험케한 모임공간이다. 서로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고 그것을 박 약사가 정리해 오는 동안 "바이러스박멸"이란 대과제에 한걸음씩 다가갔던 것이다. 회원들은 만날 때마다 머리속을 새로운 지식으로 가득 채운다. 그런다음 막소주를 들이킨다. 초컬릿을 안주로 먹는 이상한 술상이지만 모두 즐거워한다. 새로움의 기쁨 때문이다. 회원들간에 적지않은 나이차가 있음에도 불구, 돈독한 우애는 모임의 최대자산이라고 자신한다. 모임의 좌장격인 박석일 약사를 비롯 중앙메디카약국의 김진식, 자매인 권광희 권봉희, 온누리약국의 곽흥근, 메디컬약국의 송기택, 창신약국의 인태수, 봉래약국의 김수미 약사 등 모두가 집념과 열의가 대단하다. 우리 회원들은 가슴속에 "노벨상 수상"이라는 다소 거창한 희망을 품었다. 좌절에 빠져 있는 환자를 구한다는 숭고한 사명감을 느낄 때마다 조그마한지하 공부방이 그리워진다. 가끔씩 해외여행도 한다. 외국에 나가봤자 대부분 시간을 학술쪽에 할애하는 탓에 동행한 식구들의 불만은 대단하다. 그러나 회원 모두의 "숙명"이 간염연구로 정해진 이상, 관광과 쇼핑은 뒷전으로 밀려 날 수 밖에 없다. 올 여름엔 회원의 가족들을 위해 봉사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시원하고 낭만적인 바닷가도 좋지만 험준한 태백의 산줄기에 오를 계획이다. 죽음의 공포속에 살아가는 간염환자를 완치하게 됐을 때 느꼈던 짜릿한 흥분을 대자연의 품속에서도 느껴보기 위해서다. 최호열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