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면톱] 국제여론 "아시아 긴축완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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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환란이 1년을 넘기면서 한국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이 잇달아 금리를 내리고 재정적자를 확대하는등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부실이 어느정도 제거된 만큼 서서히 긴축기조를 풀어 경제회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경제계 일각에서는 "시기상조"라며 경계론은 제기하고 있다. 기초가 튼튼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섯불리 확장정책을 펼 경우 다시 부실을 초래하게 되며 외국인이 빠져나가 환율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정책의 경우 한국 태국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 5개국이 이미 금리를 인하했거나 인하를 추진중이다. 중국은 지난 1일 대출금리를 평균 1.12%포인트 내렸으며 홍콩도 지난주 은행간금리(HIBOR)를 연5% 밑으로 떨어뜨렸다. 말레이시아 역시 금융기관의 지불준비율을 낮춰주는 간접적인 방법으로금리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한국과 태국도 일부 선도은행이 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를 0.5-1%포인트 내린 것을 시발로 3.4분기중 금리인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들은 재정정책에서도 정부지출을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한국은 올해 재정적자폭을 GDP의 1.5%에서 4%로 확대하고 가전제품과 승용차의 특소세를 인하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물론 싱가포르와 홍콩도 경기침체 징후가 뚜렷해지자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했다. 경제상황이 가장 안좋은 인도네시아도 긴축완화를 검토중이다. 인도네시아의 학계에서 금리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으며 정부당국도 국제통화기금(IMF)과 긴축완화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위기국들이 경기부양에 나서는 것은 추가적인 기업도산과 실업을 막겠다는 목적에서다. 그동안 아시아국가들에게 긴축일변도를 요구해온 IMF도 최근에는 어느정도의 긴축완화를 용인하고 있다. IMF의 이같은 태도변화에는 자매기관인 세계은행과 학계에서 "과도한 긴축이 오히려 부작용만 낳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시아국가의 긴축완화에 대해 일부에서는 "성급하고도 위험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ABN암로은행은 말레이시아를 예로들며 "긴축완화는 링기트화 가치를 또다시떨어뜨릴 수 있으며 이 경우 부실채권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금융기관들의 자금회수 사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앞서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도 최근 아시아국 순방에서 "금융긴축을 너무 서둘러 완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등 외국언론과 월가의 일부 분석가들도 "아시아 국가들이 너무 빨리 경기부양을 서둘러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