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에펠탑

에펠탑이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지식인들은 "괴물"이라고 혹평했다. 파리의 아름다운 경관을 해친다는 것이 이유였다. 모파상도 그 가운데 한사람이다. 그 무렵 모파상은 에펠탑 전망대 레스토랑에서 자주 식사를 했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식사하는 까닭을 물으면 "보기 싫은 에펠탑을 보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에펠탑은 프랑스혁명 1백주년을 기념해 1889년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EXPO)의 상징조형물로 세워졌다. 교량기술자 귀스타브 에펠이 설계한 이 탑은 기술문명의 승리를 표현해 당시에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3백m의 위용을 뽐냈다. 프랑스 제3공화국의 우위를 상징했던 셈이다. 에펠탑의 높이는 탑이 세워진뒤 40년동안은 세계 최고였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시카고의 시어스 타워(4백42m)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페르로나스 타워(4백52m) 등과는 비교도 안된다. 중국 상하이의 세계금융센터(4백60m)가 준공되는 2001년이면 높이로는 이 빌딩이 최고가 된다. 처음 세워졌을 때 "괴물"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에펠탑은 지금 인기절정이다. 파리의 상징일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프랑스인은 물론이고 이탈리아인의 50%, 영국인의 62%, 스페인인의 59%가 유럽의 상징기념물로 에펠탑을 꼽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파리최고의 관광명소로 연간 5백만명의 입장객들로부터 2억프랑(약 4백40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에펠탑이 미국에 팔릴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운영회사의 대주주인 부동산 은행이 민영화됨에 따라 그 은행을 미국회사가사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자존심"이 미국에 팔릴 위기에 처한 셈이다. 최근들어 이탈리아 정부가 콜로세움 등 문화재를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나섰는가 하면 우리 기획예산위원회도 국립박물관을 민간에 위탁관리시키겠다는 기획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경우는 좀 다르다 해도 과연 문화재가 외국의 투자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문화대국 프랑스정부의 결정이 기다려진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0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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