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중소기업현장] (6) '탁상행정은 이제그만'

종로구 내수동 서울경찰청뒤에 있는 "큰집"이란 한식집. 지난 7일 저녁 이곳에 10여명의 중소기업관계자들이 함께 모였다. 박상규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 이국노 프라스틱조합이사장,오원석 동성화학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이 자리를 함께 한 것은 최근 정부가 소매점 약국 서점등 작은 업소에서도 비닐 포장봉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키로 한데 따른 대책을 마련키 위해서였다. 참석한 관계자들은 모두가 "왜 우리나라만 유독 비닐 쇼핑백을 못쓰게 규제하느냐"고 항변했다. 현재 미국 독일등 환경대책에 매우 민감한 선진국들조차 대형슈퍼마켓이나 면세점 소매점 약국등에서 비닐 쇼핑백을 쓰고 있다는 것. 그동안 합성수지 관련 용기규제를 놓고 정부와 업계는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이번 쇼핑백 사용규제 이전에 발생했던 "도시락 사건"도 그랬다. 환경부가 지난 94년 플라스틱 발포제 도시락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규제하면서 업소에서 종이 도시락을 사용토록 했다. 그러나 종이 도시락은 밥의 습기를 빨아들여 맛이 없어지는데다 김치등 젖은 반찬을 담기 어려웠다. 또 도시락을 쌓을 수 없어 운반이 힘들고 가격도 4배나 비쌌다. 때문에 수요자들이 외면해버렸다. 결국 이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최근 환경부가 시행키로 한 화장품용기에 대한 플라스틱 소재 사용규제도 마찬가지다. 랑콤등 세계 유명화장품들이 모두 플라스틱 발포재를 포장재로 쓰는데 우리나라만 규제하는 바람에 화장품 수출길까지 막히게 됐다. 그렇다면 정부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사용을 왜 이렇게 강력하게 규제하고 나설까.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설비가 부족한데다 이를 폐기할 때 공해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한다. 그러나 업계는 이런 발상이야말로 "탁상행정"이라고 반박한다. 일본 미국 독일등에서 비닐 쇼핑백을 쓰게 하는 건 분리수거를 하면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 소재에 탄산칼슘을 넣어 공해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한다. 소재에 탄산 칼슘을 혼합하면 플라스틱이 쉽게 썩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폐기할 때 발열량이 낮아 공해를 줄일 수 있고 묻었을 때 땅이 산성화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무조건 비닐 쇼핑백을 못쓰게 할 것이 아니라 재활용 방안을 제시하고 탄산칼슘을 섞은 포장재를 만들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 아닌가. 국내 플라스틱 포장업체들은 연간 1억달러어치를 해외에 수출한다. 한국에서 만든 쇼핑백이 미국의 대형 슈퍼마켓에서 대량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비닐 쇼핑백 사용을 강력히 규제하면 이들 수출업체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그렇게 되면 플라스틱제품 수출이 차질을 빚게 된다. "큰집"에 모였던 관계자들은 한국포장협회 프라스틱조합등 10개 단체이름으로 "환경부의 독단적인 대책이 5천여개 관련기업을 죽인다"는 호소문을 만들었다. 이제 정부도 플라스틱 포장재의 사용을 전면적으로 규제 하기보단 재활용 방안을 먼저 마련하는등 현실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현장행정"을 펴야 할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0일자 ).